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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금, 코인, 그리고 배당

중앙일보

2025.07.16 08:18 2025.07.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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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금 가격이 많이 올랐다. 10년 전에 온스당 1200달러 하던 것이 지금은 3300달러가 되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2300달러였다. 여기서 질문 하나. 금값은 지금 비싼 걸까, 싼 걸까? 고평가일까, 저평가일까? 현재 가격이 비싸다는 사람도 있고, 더 오를 거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고평가와 저평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어디 있을까? 금의 적정 가격은 어떻게 계산할까? 모델을 만들어 볼 수는 있지만 명확한 계산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자산의 가치는 그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해서 계산한다. 채권은 앞으로 받을 이자 금액을, 부동산은 앞으로 받을 임대료를, 주식은 미래에 받을 배당을 현재가치로 할인한다. 경우에 따라 세금이나 감가상각을 제하고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력을 할인하기도 한다. 이자든 배당이든 발생할 현금흐름을 할인하여 계산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다.

금과 코인은 배당 없는 자산
배당은 투자리스크 줄여줘
자산관리 중심에 인컴자산을

일러스트=김지윤
상대가치를 비교하는 방법도 있다. 주식은 현재 주식 가격을 수익으로 나눈 PER(주가수익비율)를 계산하여 현재 주식 가격이 역사적으로 높은지 낮은지, 혹은 같은 산업 내에서 해당 기업이 다른 기업에 비해 고평가되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쓴다. 여기에서도 기업의 수익이라는 현금흐름이 기준이 된다.

그런데 배당이나 수익과 같은 현금흐름이 없는 자산은 적정한 가치를 평가하기 곤란하다. 코인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 코인을 보유하면 배당과 같은 현금흐름이 없다. 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코인의 적정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 워런 버핏이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도 적정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적정한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미래 사회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코인의 가치를 달리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우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무엇보다 그 자산을 매우 비싼 가격에 살 수 있다. 1971년 미국이 금 태환을 중지할 때 금은 온스당 35달러였다. 이후 금 태환 중지에 석유파동까지 겹치면서 1980년 1월 초에 560달러까지 올랐고 한 달 후에는 850달러까지 갔다. 3개월 선물은 무려 1000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이후 금 가격은 하락하여 2000년에는 300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1980년부터 20년 동안 65퍼센트가량 떨어진 셈이다. 그리고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금 가격은 다시 10배가 되었다.

배당과 같은 현금흐름이 없는 자산은 듀레이션이 길어 투자리스크가 더 큰 단점도 있다. 1억원어치 금을 산 사람과 1억원어치 배당주를 산 사람이 있다고 하자. 배당주의 배당수익률은 4%라고 가정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0년 동안 금 가격이 오르지 않았고 배당주 가격도 오르지 않았다. 그러면 금을 가진 사람은 20년 동안 수익이 없다. 반면 배당주를 가진 사람은 4% 배당을 20년 받으니 투자 원금의 80%를 회수하게 된다. 매년 400만원을 20년 받으니 8천만원이다. 배당을 재투자했다고 가정하면 원금의 120%인 1억 2천만원을 회수하게 된다. 자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 불리한 여건을 배당이 완충해준 셈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당이 쌓여 투자에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된다. 시간이 나의 우군(友軍)이다. 따라서 배당이 있는 자산은 자연스레 장기투자를 하게 된다. 반면에 배당이 없는 자산의 경우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한 게임이 된다.

워런 버핏은 개인들은 수익이나 배당이 있는 자산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나쁜 자산, 이상한 자산, 좋은 자산 세 범주가 있는데, 좋은 자산은 기업, 부동산, 농장처럼 현금흐름이 있는 자산이라고 했다. 이를 ‘상업용 젖소’라고 일컬었다. 이상한 자산은 금이나 원유처럼 배당이 없는 자산이며, 나쁜 자산은 MMF처럼 물가만큼도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 자산이다.

요즘 노후 준비에 코인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미래 사회에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미래 사회가 어떨지 모르는 상황에서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젊은이들은 저축의 일부를 투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개인들은 자산관리의 중심축에 배당이나 수익을 주는 자산을 두는 게 좋다. 투자는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수반하므로 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배당과 같은 현금흐름이 있는 자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의 때 자주 받는 질문이 ‘안전한 투자자산이 어떤 게 있을까?’이다. 투자자산은 안전하지 않다. 그렇기에 수익이 높다. 수익을 누리면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자산관리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배당과 같은 현금흐름이 있는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다. 이런 자산을 통칭해서 인컴(income) 자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좋은 인컴 자산이 개인들 자산관리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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