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이 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불리던 김예성(48)씨가 대주주인 렌터카 업체에 한국증권금융이 50억원을 투자한 배경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당시 대기업·금융기업 투자금 184억원 가운데 최다액수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보수적 투자를 하던 사실상의 금융공기업인 한국증권금융이 가장 큰 비중으로 투자에 나서면서 다른 대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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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금융, 25% 지분율로 투자
1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한국증권금융이 진행한 지분투자는 16건이다. 최근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펀드에 투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투자 방식을 뜻한다. 한국증권금융은 2023년 6월 IMS모빌리티에 투자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조합에 50억원을 투자한다. 해당 펀드 규모(201억원)의 24.9%에 해당한다. 이 중 184억원이 IMS모빌리티 투자금으로 집행됐다.
한국증권금융의 이 투자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건 24.9%에 달하는 지분율 때문이다. 해당 펀드의 출자자는 총 14곳인데 한국증권금융이 가장 많은 투자금을 넣어 최고 지분율을 확보했다. HS효성(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3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익명을 원한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한국증권금융은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가지고 있다”며 “대형 투자사의 투자에 따라가는 식으로 주로 투자를 하지 주도적인 투자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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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서 알려진 보수적 투자자
실제 같은 해 이뤄진 한국증권금융의 16건 지분투자 중 IMS모빌리티 투자 이상으로 지분을 확보한 건 아르게스케이컬처 펀드(27.8%) 1건뿐이다. 아르게스케이컬처 펀드의 투자 대상은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 CJ푸드빌이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한국증권금융이 안정성 위주로 투자하는 건 사실이지만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 투자도 하고 있다”며 “IMS모빌리티 역시 내부 절차를 거쳐 정상적으로 집행한 투자”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17일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소환해 이 같은 투자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예정이다. 특히 공기업 성격인 한국증권금융이 IMS모빌리티 투자를 결정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HS효성‧키움증권 등 다른 대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 부담을 덜어줬다는 게 특검팀 의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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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집사' 체포영장 발부
기업들의 투자가 지분 확보를 통한 이익 추구가 아닌 외압이나 회사 차원의 민원 해결 목적이었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선 IMS모빌리티 설립에 관여한 인물이자 김 여사의 집사 역할을 한 김예성씨의 진술 확보가 필수적 과제다. 특검팀은 김씨가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상태에서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대비해 지난 15일 체포영장을 청구해 이날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와 관련 특검팀은 언론 공지를 통해 “법원은 피의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다는 사유로 김예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체포영장 발부 직후 곧장 김씨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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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 당할라…이의신청 난색
특검팀은 윤 전 사장 외에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에 대해서도 소환조사를 통보한 상태다. IMS모빌리티 투자 결정 전후로 수사를 받는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기업의 대표들이다.
이들은 특검팀과 출석 일정을 조율하면서 특검법상 이의신청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팀은 관련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수사 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됐는데 수사 대상이 이의신청을 하면 법원에서 수사 범위 판단을 다시 받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강제수사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의신청 자체를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