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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촌스럽다고? 이젠 MZ놀이터…확 달라진 한강 수영장

중앙일보

2025.07.16 13:00 2025.07.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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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한강공원 잠원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모습. 평일에도 하루 1000명 이상이 들 정도로 인기다. 이용객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층이다. 김경록 기자
한강의 피서 풍경이 달라졌다. ‘낡고 촌스럽다’는 인식이 강했던 ‘한강 수영장’이 젊은 세대의 여름 놀이터로 화려하게 돌아왔다. 빛바랜 파라솔과 선베드, 낙후한 탈의실과 샤워실을 전면 교체하고 수영장마다 테마를 새로 입혔다.

지난해 여름 한강 수영장을 찾은 방문객은 약 31만명이다. 올해는 야간 개장 운영과 시설 업그레이드 등을 바탕으로 5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잠원·여의도·난지·양화·잠실·뚝섬 등 모두 6곳의 한강 수영장이 지난달 20일 일제히 문을 열었다. MZ세대가 몰리는 핫 플레이스부터 가족 맞춤형 수영장, 인피니티풀까지 각각의 매력이 살아 있다.

MZ세대 취향 저격 - 잠원 수영장
잠원 수영장 너머로 남산 서울타워가 보인다. 핑크빛 파라솔은 지드래곤이 설립한 저스피스 재단의 조언을 받아 색을 선정했다. 김경록 기자
한강 수영장 인기 부활의 주역은 단연 잠원 수영장이다. 주말에는 하루 3000명 이상이 찾는데, 방문자 대부분이 20~30대일 정도로 젊은 층에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천상욱 한강 수영장 프로젝트 매니저는 “지난해 시범적으로 도입한 야간 개장, 핑크빛의 수영장, 화려한 네온 조명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MZ세대 핫 플레이스로 거듭났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한강 수영장’ ‘잠원 수영장’을 검색하면 수많은 인증 사진을 찾을 수 있다. 기념사진 찍으려고 핑크빛 수영복과 튜브를 준비해오는 젊은 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한강 수영장 중 유일하게 길이 50m, 폭 2.5m의 별도 레인이 2개나 설치돼 있어 수영 고수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가족과 함께라면 – 양화 물놀이장
양화 물놀이장. 규모는 작지만 동선이 간단하고, 수심이 얕아 아이를 둔 가족 층에 인기가 높다. 김경록 기자
아이와 함께라면 양화 물놀이장이 정답이다. 7800㎡(약 2360평) 면적으로 난지 물놀이장(7040㎡)과 함께 가장 작은 수영장으로 통하지만, 장점이 더 많다. 일단 동선이 간단하다. 매점·탈의실·샤워실·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물놀이장과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다. 안전 요원도 배치돼 있지만, 어디에 자리를 잡든 시설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 부모도 안심하고 아이를 풀어둘 수 있다.

주차장과 거리도 가장 짧다. 주차장에서 10초면 수영장 입구에 닿는다. ‘자전거 도로를 향해 물총을 쏘지 마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렸을 정도로 자전거 도로와 인접해 있는데, 의외로 자전거 동호인 사이에선 입소문이 자자하다. 입장료 3000원(어린이 1000원)만 내면 샤워실도 공짜로 이용하고 수영장에 발 담그며 피로를 풀 수 있어서다. 여의도·양화·난지 수영장은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이웃해 있어 혼잡도에 따라 장소를 옮기기에도 부담이 없다.

한강 뷰 인피니티풀 - 난지 물놀이장
난지 물놀이장. 130m 폭의 대형 인피니티풀이 갖춰 입소문이 났다. 해 질 녘 아름다운 석양 풍경으로도 유명하다. 김경록 기자.
전체 규모는 작지만 물놀이장 하나만큼은 6곳 중 가장 매력 넘친다. 한강 뷰의 인티피니풀을 갖춰서다. 계단 형태의 스탠드 아래에 130m 폭의 반원형 물놀이장이 펼쳐져 있고, 민트색 파라솔이 그 둘레를 감싸고 있다. 특급호텔 사이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수영장을 갖춘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인피니티풀로 유명한 아난티 앳 부산 코브, 그랜드조선 제주, 씨마크 호텔 강릉 모두 수영장 폭이 30m가 채 안 된다.

수심이 바깥쪽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형태(최대 수심 1m)여서 한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의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수영장 뒤를 받치는 언덕이 노을 맛집으로 유명한 하늘공원이다. 난지 물놀이장에서도 당연히 해 질 녘 멋진 서울 하늘을 볼 수 있다. 7~8월은 오후 7시 30분 무렵이 황금 시간이다.

한강의 낮과 밤 - 여의도 수영장
한강 수영장만의 특징이 잘 살아 있는 여의도 수영장. 관광용 기구 '서울달'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서강대교, 밤섬 등 여의도의 랜드마크가 수영장을 감싸고 있다. 김경록 기자
빌딩 숲과 한강이 어우러진 한강 수영장의 특색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밤섬과 서강대교, 국회의사당, 페어몬트 호텔 서울, 현대백화점 등 여의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수영장 주변을 감싼다. 지난해 8월 개장한 뒤 여의도 명물로 뜬 관광용 기구 ‘서울달’도 수영장 너머에서 두둥실 떠 있다.

야간 수영이 유난히 인기가 높은데, 수영장 관계자는 “퇴근 후 헬스장 찾듯이 수영장에서 스트레스 풀고 가는 회사원이 자주 보인다”고 귀띔했다. 성인풀 뒤편의 2층 라운지가 여의도와 수영장의 야경을 함께 담기 좋은 명당이다. 라운지에 에어컨과 캠핑 의자가 설치돼 있어 편안한 휴식도 가능하다. 수심 0.8m의 어린이풀은 2350㎡(약 710평) 너비로 한강 수영장 가운데 가장 크다.

예술이 함께하는 곳 - 잠실 물놀이장
잠실 물놀이장에는 배우 하지원의 작업실 공간과 미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물놀이장에 발을 담궈야 안쪽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김경록 기자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자연형 물놀이장’을 표방하며 지난해 다시 문을 열었다. 2만8000㎡(약 8470평) 규모로 한강 수영장 중 가장 크다. 수영하는 공간이 유려한 곡선으로 이뤄져 있는데, 평소에는 공원·놀이터처럼 운영하다가 여름이면 곳곳의 웅덩이에 물을 채워 물놀이장으로 변신을 감행한다.

잠실 물놀이장은 예술적인 감성이 더해져 분위기가 또 다르다. 지금은 ‘한강에서 만나는 예술과 이야기’라는 부제 아래 미술작가로 변신한 배우 하지원의 특별전이 한창이다. 전시관이 물놀이장 바로 앞에 설치돼 있는데, 특이하게도 쇼윈도가 물놀이장을 향해 열려 있다. 하여 물놀이장에 몸을 담가야만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물놀이장에 '거울 포토존'을 설치해 우유니 소금사막처럼 그림 같은 반영 사진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잠실 물놀이장의 영유아풀에서는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 뒤편으로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김경록 기자

놀거리가 다양하다 - 뚝섬 수영장
뚝섬 수영장에는 2층짜리 시즌권 전용 라운지가 설치돼 있다. 에어컨과 캠핑 의자 등이 설치돼 있어 물놀이 중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김경록 기자
잠원 수영장과 함께 이용자가 가장 많은 수영장이다. 청담대교 바로 아래 수영장이 자리해 있어, 타이밍을 잘 맞추면 수영장과 청담대교, 전철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사진을 담을 수 있다. 접근성이 좋은 것도 큰 장점이다. 지하철 7호선 자양역에서 불과 200m 거리다. 빨간색과 흰색, 그리고 민트색으로 꾸민 파라솔이 인상적이다.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설립한 저스피스 재단의 조언을 받아 색을 선정했단다.

워터파크에서나 볼 수 있는 유수풀도 있다. 튜브를 타고 1m 수심의 흐르는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데, 어른도 아이처럼 좋아한다. 참고로 한강 수영장 6곳 모두 저마다 다른 색으로 꾸며 있다. 이를테면 잠실 물놀이장의 사파이어빛의 파라솔과 레몬빛 선베드는 배우 하지원의 안목이다.
한강수영장 이렇게 즐기세요
한강 수영장에서 맛볼 수 있는 수박 에이드, 핑크 리치 에이드, 블루레몬 에이드. 김경록 기자
한강 수영장은 수영장과 물놀이장으로 나뉜다. 최대 수심이 1m보다 깊으면 수영장, 그보다 얕으면 물놀이장으로 분류한다. 해서 여의도·잠원·뚝섬은 수영장, 양화·난지·잠실은 물놀이장이다.

지난해에는 여의도·잠원·난지 3개 수영장만 야간 개장을 했으나 올해는 6곳 모두 운영 시간을 늘렸다. 오전 9시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닫는다. 선베드와 탈의실도 전면 리뉴얼을 마쳤다. 선베드 대여료 1만원. 탈의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먹는 재미도 있다. 모든 수영장에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파는 매점이 갖춰져 있다. 떡볶이·순대·어묵·핫도그·소떡소떡·닭강정 등 메뉴도 다양하다. 가격은 3000~1만원. 음료 중에는 핑크 리치 에이드(4900원)가 인기다. 라면 조리기에 끓여 먹는 ‘한강라면’도 빠질 수 없다. 삼양식품과의 협업으로 삼양라면 전 품목을 3500원(다른 라면은 4500원)에 판매한다. 음주와 배달 음식 반입은 금지돼 있다.

한강 수영장의 최대 장점은 가성비다. 수영장 요금 어린이 3000원, 어른 5000원. 물놀이장은 어린이 1000원, 어른 3000원이다. 6세 미만은 무료. 단 잠원·여의도·뚝섬 수영장은 온열 질환 예방과 안전을 위해 19일부터 영유아(만 36개월 미만)의 입장을 제한한다.
김주원 기자





백종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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