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과 관련해서 17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사 통제 시도 관련 이 전 장관의 주거지 및 소방청 등 7개 장소를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리핑에선 “압수수색 대상을 사무실 등으로 세분하면 총 9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의 자택, 정부서울청사·세종청사 내 집무실, 소방청장·차장 집무실, 서울소방재난본부, 서울경찰청 경비부 등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를 소방청에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JTBC, MBC 여론조사기관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시행하라’는 내용이 담긴 문건을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이 전 장관은 같은 날 오후 11시 34분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 조치 상황을 확인했고, 3분 뒤인 오후 11시 37분에는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대접견실 테이블 위에 놓인 문건을 보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해당 문건에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내용이 기재돼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경찰 특별수사단 조사에서 “계엄 선포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소요나 유혈 사태를 우려해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경찰청장은 응답이 없어 별다른 대화를 하지 못했고, 소방청장에게는 국민 안전을 각별히 챙겨달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출석해 단전·단수 문건에 대해 “집무실에서 테이블위 종이쪽지 몇 개를 본 기억이 있으며, 그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같은 내용이 적힌 것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이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전 장관이 헌재나 수사기관에서 거짓 증언을 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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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 또 불출석…구속적부심사 나온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 혐의 재판에 불출석했다. 지난 10일 다시 구속된 이후 두 번째 재판 불출석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재판에서 “특검이 검찰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아 공소를 유지하는 것은 사법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특검이 수사 중인 사안은 본 재판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위법한 수사 방식으로 피고인을 구속한 뒤 무의미한 구인 조치를 시도하며 방어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피고인은 평소 당뇨와 고혈압 등 지병이 있어 약을 복용 중인데, 갑작스러운 구속으로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며 “특검이 공소를 유지하는 동안은 출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피고인은 공판기일에 출석할 권리와 함께 의무도 있다”며 “연속해 불출석한 만큼 구인영장을 발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18일 오전 10시 15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적부심사엔 출석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실체적 혐의 다툼과는 별개로, 건강 악화를 호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정치적 메시지 전달이 아닌, 구속 상태 지속 시 회복 불가능한 건강 악화를 막기 위한 출석”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현재 2평 규모의 독거실에 수감 중이며, 당뇨병 등 지병 악화로 혈당 수치가 230~240 수치라고 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당뇨약 복용에도 호전되지 않고, 70~80m 걷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라며 건강 상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에 특검팀은 지난 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 참석했던 특검보와 검사 등을 투입해 범죄의 중대성 및 재범 위험성, 증거인멸 우려 등을 제시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