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 제재 실행되면 카자흐 등 옛소련 구성국들 피해"
"러 교역국에 2차 관세 부과시 타격"…전문가들 "제재는 SCO 회원국에 경고"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러시아에 대한 일련의 제재가 실제 이뤄지면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구성국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러시아가 향후 50일 내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관련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러시아와 무역하는 국가들에 최대 100%의 2차(세컨더리) 관세를 물리는 등 일련의 대러 제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러시아 원유 등을 사들이는 국가들에 2차 관세를 부과해 전비로 쓰일 수 있는 러시아의 '돈줄'을 옥죄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러 제재가 실제로 시행되면 옛 소련 구성국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키르기스스탄 매체인 타임스오브센트럴아시아(TCA)가 17일 전했다.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아제르바이잔이 특히 취약하다고 밝혔다. 이들 국가가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는 아니지만 러시아로부터 원유 등을 수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는 지난해 러시아가 화석연료를 판매해 올린 매출액의 74%를 차지했다고 핀란드 비정부기구(NGO)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가 전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무역 파트너들에 대해선 세계경제 질서 교란 등을 이유로 제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은 미국에 수출되는 자국산 상품에 25%의 관세를 오는 8월 1일부터 물리겠다는 공식 통보를 지난 7일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았다.
이는 러시아 영향권에 있는 작은 규모의 경제를 가진 국가들도 미국의 경제적 보복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카자흐스탄 경제전문가 올자스 바이딜디노프는 TCA에 카자흐스탄과 러시아 간 지난해 무역규모는 278억달러(약 38조7천억원)에 달했다며 "이런 수치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딜디노프는 이어 2차 관세 부과는 미국의 기존 관세 정책을 약간만 손보면 가능하다고 부언했다.
카자흐스탄의 인접국 키르기스스탄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키르기스스탄이 지난해 외국과 한 무역량의 약 32%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회원국들과 이뤄졌는데, 주로 러시아(67.3%), 카자흐스탄(30.5%)과 거래한 것이다.
키르기스스탄과 러시아 간 지난해 무역규모는 11% 이상 늘어났다.
2015년 출범한 EAEU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과 러시아 간 무역규모는 48억달러(약 6조7천억원)로 전년 대비 10.1% 급증했다. 러시아는 이탈리아와 튀르키예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아제르바이잔의 무역 파트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2차 관세 위협은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들에 대한 하나의 경고로 해석한다고 TCA는 전했다.
미국 주도의 기존 세계 질서에 맞선다는 평가를 받는 SCO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중국,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인도, 이란, 벨라루스로 구성돼 있다. 러시아를 제외한 회원국들은 모두 러시아와 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2차 관세 위협과 관련,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톈진에서 최근 열린 SCO 외무장관 회의에서 "중국은 불법적이고 일방적인 제재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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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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