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진 현대자동차 로보틱스랩장(상무)은 17일 제주에서 열린 ‘2025 한국경제인협회 경영자 제주하계포럼’에서 “로보틱스는 단순한 로봇 제조업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로보틱스랩은 현대차 연구개발(R&D) 본부 산하 조직으로, 2018년 신설돼 ‘인간을 향한 진보’라는 철학 아래 로봇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 상무는 “경영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철학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기업인은 저출산 고령화, 노동력 부족, 산업 공동화 현상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다음 세대에 넘겨주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현 상무는 과거 혼다의 아시모(Asimo),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 등 유명 로봇이 사라진 이유에 대해 “대량생산에 실패했고, 많은 돈을 벌지 못했다. 지속가능성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로보틱스가 가야 하는 방향은 비싸지만 좋은 기술이 아닌, 쓸만하고 살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며 “우리 R&D의 목표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현장에 적용 가능한 제품, 품질관리부터 유지보수까지 고려한 ‘엔드 투 엔드(End-to-End)’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보틱스랩의 대표적인 상용 제품은 산업용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다. 반복적으로 위를 봐야 하는 작업 환경에서 근로자의 어깨 근력을 보조하는 로봇으로, 근골격계 부담이 줄어 작업자의 부상 위험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특히 무동력 구조로 설계돼 무게가 가볍고 별도 충전이 필요 없다는 특징도 있다. 최근 대한항공 항공기 정비고에 보급되는 등 현장 업무에 본격 투입되고 있다. 현 상무는 “현대차에서 자동차 관련 제품 외에 선보인 첫 양산 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마비·중풍 환자를 위한 보행보조 로봇 ‘메디컬 엑소스켈레톤 로보틱 시스템’, 여성·고령·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 등도 로보틱스랩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제품군이다. 현 상무는 “성공적인 신사업이 되기 위해선 반드시 공급망과 판매 서비스망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며 “선순환이 계속 커질 때 사회로의 파급 효과가 커지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기회를 획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보틱스랩은 사용자 편의성을 중점에 둔 자율주행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현 상무는 “핵심 과제는 쓸만한 가격으로, 쓸만한 수준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UX(사용 편의성)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사용자 맞춤형 자동화 이동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사용자가 위치를 지정하면 로봇이 자동으로 이동하는 호출형 자율 셔틀, 인간의 시야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야간 서비스 등을 실현 가능한 서비스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이날 ‘디지털 뱅킹의 미래와 토스뱅크의 성공방정식’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이사도 “사회에 도움이 주기 위해 토스뱅크 기술력을 ‘쉬운 근로계약서’ 서비스를 시작하고, 시각 장애인도 토스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미지까지 음성으로 읽어주는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