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호로 기소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들이 재판부에 회피를 요구했다. 변호인들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재판은 20분 만에 종료됐다. 급기야 변호인들은 재판장이 쓴 마스크도 문제 삼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17일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증거 인멸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된 김 전 장관의 첫 공판준비 기일을 열었다.
공판 준비 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입증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김 전 장관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18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김 전 장관을 추가 기소했다. 특검은 지난달 말 김 전 장관의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추가 구속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재판부는 먼저 김 전 장관 측에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를 물었다. 그러자 변호인은 이에는 답변하지 않고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그런 걸 말씀드리기 전에 이 재판부에서 김 전 장관에 대해 불법으로 영장을 발부해 (김 전 장관은) 불법 구금 상태”라며 “과연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의논 중이고, 그게 정리가 되면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를)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영장을 발부한 재판부에 공정한 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가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할 수 있도록 ‘회피’해주시면 어떨까 한다”고 했다. ‘회피’는 법관 본인이 스스로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사유가 있을 때 해당 사건에서 물러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김 전 장관 측은 추가 기소된 사건이 배당된 뒤 이에 항의하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다. 지난달 24일 재판부는 ‘(기피 신청에) 소송 지연 목적이 명확할 때 기각할 수 있다’면서 기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간이 기각을 결정했다. 이후 김 전 장관 측은 서울고법에 기피신청에 대한 항고를 제기했지만, 이 역시 지난 16일 기각됐다.
변호인들은 이날 급기야 재판장이 쓴 마스크까지 지적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장이 마스크를 썼는데 재판 공개 원칙에 따라 심리·판결에 있어 재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코로나 19가 창궐하는 상황이 아니고 저희가 누구에게 재판을 받는지 조차 모르게 마스크를 쓰고 재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에 대한 답변은 하지 않고 항의가 이어지자 재판부는 “더 이상의 재판 진행이 불가능할 것 같다”며 재판을 20분 만에 끝냈다. 다음 공판준비 기일을 8월 11일 오전 10시로 다시 지정했다. 재판부는 “그때 기일이라도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에 대해 의견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