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대는 관객의 열정과 집중력이 남다르다고 느껴요. 동료 에투알(수석 무용수)들도 한국 공연을 진심으로 기대하며, 그 에너지에 제가 더 큰 책임감과 감동을 느낍니다.”
세계 최고 권위 발레단으로 꼽히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 박세은(35)은 동료들과 함께 세 번째 내한 갈라 무대를 선보이는 데 대해 이렇게 밝혔다. 17일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다.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5’는 박세은이 기획과 캐스팅을 총괄했다. ‘갈라’는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다.
박세은은 “단순히 유명한 작품이 아니라, 각 무용수가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구성했다”라며 “지금 아니면 보기 어렵고 국내 무대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쇼팽의 ‘인 더 나잇(In the Night)’을 비롯해 클래식과 현대적 감성이 교차하는 작품들로 구성했다”라며 “‘잠자는 숲속의 미녀’ 하이라이트 장면의 경우 전통과 창의성을 함께 한 새로운 무대로 개인적으로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21세기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상징으로 불리는 마티외 가니오(41)가 무대에 오른다. 한국을 처음 찾는 그는 “역동적인 도시이자 유럽에서도 점점 더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서울을 탐방하는 것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다”라며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한국 무용수가 많은데 그들의 문화적 뿌리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는 점도 뜻이 깊다”라고 전했다. 현재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는 박세은과 더불어 강호현, 윤서후, 이예은, 윤서준, 이준수, 이윤서 등의 한국 무용수가 활약 중이다.
박세은은 “가니오는 파리 오페라 발레를 상징하는 무용수였고, 늘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존재”라며 “이번 무대가 그의 한국 첫 공연이자 은퇴 이후 아시아 첫 무대인 만큼 무대 위에서의 순간순간이 더 각별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마티외 가니오는 에투알로 활동하다 지난 3월 은퇴했지만 이번 무대에 서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그는 “(박)세은이 저를 한국에 데려가기로 선택해줘서 기쁘다”라며 “처음부터 그녀를 존경해왔고, 개인적으로도 꽤 가까운 친구여서 이번 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상징으로 여겨진 데 대해 그는 “무대 위에서 진심을 다해 춤을 추며 관객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있었다”라며 “오랜 시간 특별한 무용단에 몸담았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마티외 가니오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엄격하고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요구하는 무용단”이라며 “동시에 전 세계에서 뛰어난 예술가들이 찾아와 함께 무대를 만들고 성장해가는 열린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전했다. 박세은도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가장 큰 강점은 깊이 있는 전통과 그 전통 위에서 끊임없이 실험할 수 있는 구조”라며 “수백 년간 축적된 레퍼토리와 기술, 이를 보존하는 방식이 매우 체계적이면서도 새로운 안무가와의 작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최근 세계 발레계에서의 한국 무용수들의 활약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박세은은 “제가 처음 입단했을 때만 해도 ‘동양인 무용수’에 대한 시선이 조심스러웠던 때였다”라며 “지금은 후배들이 자기만의 색으로 무대를 채우고, 발레단 안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티외 가니오는 “함께 작업한 한국 무용수들은 모두 높은 집중력과 성실함, 예술적 진지함을 갖추고 있었다”라며 “무대를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예술을 향한 겸손한 자세, 동시에 자신만의 분명한 방향성을 보여주며,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라고 했다.
둘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레퍼토리로 동시에 ‘인 더 나잇(In the Night)’을 꼽았다. 박세은은 “파리 오페라의 호흡과 서정성이 잘 드러난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마티외 가니오는 “제가 특히 사랑하고 감성을 담아내며 여러 차례 공연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박세은은 이번 한국 공연에 대한 출연진의 분위기도 전했다. 그는 “‘한국 관객은 정말 집중력이 높고, 박수가 따뜻하다’는 말을 동료로부터 많이 들었다”라며 “출연진 모두 정말 진지하게 임하는 걸 보면서 그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라고 설명했다. 마티외 가니오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지닌 다채로운 미학을 통해 프랑스 무용의 전반적인 풍경을 보다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