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중국 연구소 "총 173조원, 작년 전체 금액 뛰어넘어"
"공급망·시장 다변화 필요성에 中기업 해외진출 나선 영향"
"상반기 中 일대일로 투자·건설계약 역대 최대…무역전쟁 영향"
호주·중국 연구소 "총 173조원, 작년 전체 금액 뛰어넘어"
"공급망·시장 다변화 필요성에 中기업 해외진출 나선 영향"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중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가속하면서 중국의 올해 상반기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신규 투자·건설계약이 역대 최대 규모로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 호주 그리피스대 그리피스아시아연구소(GAI)와 중국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GFDC)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중국 일대일로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6월 중국 기업이 일대일로 참여국과 한 신규 투자 및 건설계약 거래는 176건으로, 그 가치는 총 1천240억달러(약 173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투자·계약 금액인 1천220억달러(약 170조원)를 뛰어넘는 수치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상반기 일대일로 관련 거래 가운데 건설계약 금액이 662억달러(약 92조원), 투자 금액은 571억달러(약 79조5천억원)였다. 두 분야 모두 이전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상반기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2013년 이후 누적 기준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계약 총금액은 1조3천80억달러(약 1천821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건설계약이 7천750억달러, 비금융 투자는 5천330억달러였다.
보고서 저자인 크리스토프 네도필 왕 그리피스대 교수는 중국 국내 성장 둔화와 미국과의 관세전쟁에 따른 공급망·시장 다변화 필요성으로 중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나선 것이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계약 급증에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100억달러(약 14조원) 이상 대규모 거래가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고 짚었다.
분야별로는 에너지 관련 투자·계약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중국의 에너지 관련 일대일로 투자는 420억달러로 작년 상반기 대비 100% 증가하며 일대일로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상반기 석유·가스 관련 건설계약은 440억달러로 작년 한 해 계약 규모를 웃돌았다. 여기에는 올해 들어 200억달러 규모의 나이지리아 석유·가스 처리시설 건설 계약이 성사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역별 투자·계약 금액은 아프리카가 390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중앙아시아가 250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개별 국가를 보면 투자 부문에서는 카자흐스탄이 230억달러를 유치해 최대 수혜국이 됐고 태국(74억달러), 이집트(48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건설계약은 나이지리아가 210억달러로 최대였고 사우디아라비아(72억달러), 아랍에미리트(UAE, 70억달러), 탄자니아(36억달러), 인도네시아(21억달러) 등의 순이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중국의 해외시장 확장과 일대일로 회원국의 참여 확대는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접근 방식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국가를 상대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민간연구소 로듐그룹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기업의 일대일로 참여국 대상 FDI 규모가 작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59억달러였다.
미국 보스턴대 글로벌개발정책센터의 레베카 레이 선임연구원은 일대일로와 관련해 중국이 차관 제공에서 FDI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국가부채 문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중국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일대일로에 참여한 개발도상국에 막대한 자금을 대출해 '부채 함정'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레이 연구원은 또한 미국·유럽과 글로벌사우스 국가 간의 무역긴장과 장벽이 높아지면서 중국과 일대일로 참여국 간의 무역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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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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