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윤희숙 '친윤 살생부' 파문…"찬탄·반탄 갈등 기어이 터졌다" [VIEW]

중앙일보

2025.07.17 02:41 2025.07.17 13:2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참석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꺼내 든 ‘4인 살생부’가 몰고 온 후폭풍이 거세다. 윤 위원장이 지목한 인적 쇄신 대상은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과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옛친윤계, 당 주류들이다. 이들은 “자해 행위”(나경원 의원)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당내에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곪을대로 곪은 비주류와 주류,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해묵은 갈등이 기어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윤 위원장은 17일 오전 페이스북에 2004년 한나라당 ‘차떼기’(불법 대선자금) 사건 뒤 중진 37명이 불출마 선언을 한 걸 언급하며 “우리 중진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거듭 압박했다.

결국 이날 오전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윤 위원장과 당 지도부는 정면충돌했다. 일부 지도부 인사는 기다렸다는 듯 윤 위원장에게 “청문회 국면에서 타이밍이 안 맞는 주장을 한다”, “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 의견을 표명하느냐”는 취지로 따졌다고 한다. 정점식 사무총장은 회의 후 “(4인 거취 요구 등은) 윤 위원장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윤 위원장은 회의 뒤 “‘다구리’(몰매를 뜻하는 은어)로 요약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SNS에 “우리 당의 주적이 아닌 동료 의원, 지지층이냐”고 했고, 장동혁 의원은 “혁신하자면서 당을 자꾸 과거로 집어넣는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충돌은 예견된 일이란 평가다. 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고도 대선 때문에 일시 봉합됐던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상 대선 패배 뒤에 당 주류가 물러나는 공식은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며 “비주류인 찬탄파는 반탄파를 저격하며 판을 흔들고 있고, 주류인 반탄파는 강성 지지층에 기대 버티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이 와중에 최근 복수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것은 주류와 비주류의 강대강 충돌의 도화선이 됐다.

실제 찬탄파인 안철수 의원은 7일 반탄파인 ‘쌍권’(권성동·권영세 의원) 인적 청산 요구로 지도부와 갈등하다 혁신위원장직에서 조기 하차했다. 윤 위원장의 4인 살생부 파문도 결국 반탄파(윤희숙), 찬탄파(4인)의 대립 구도로 보는 이들이 많다.

당내에선 이번 갈등이 일단 주류의 판정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수도권 의원은 “60여명인 주류 의원들의 결속은 여전히 굳건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다. 반탄파 즉 주류가 버티는 건 여전히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찬탄파인 한 의원은 “반탄파에선 악조건에서도 김문수 대선 후보의 41.15% 득표율을 이끌어낸 건 선방했다는 논리가 번져있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지지율이 10%대라도 일단 영남 당원, 강성 지지층만 끌어안으면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포지션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이 쇄신을 막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한 전한길 씨가 지난달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당 공식 행사에 잇따라 등장한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대변하는 현상이다. 전 씨는 지난 14일 윤상현 의원실 주최 ‘리셋코리아 발대식’에 참석했고, 이튿날엔 장동혁 의원 주최 토론회에 나왔다. 이에 찬탄파는 전씨의 등장을 두고 “계엄 옹호 세력”(김용태 의원), “부정선거 음모론과 윤석열 어게인 아이콘”(한동훈 전 대표)이라고 반발했다. 야권 관계자는 “8월 전당대회까지 주류와 비주류의 소모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전국입양가족연대 국회입양컨퍼런스-국내입양법 제· 개정 시행 이슈토론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김규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