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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잃고도 밝았던 청년, 3명 살리고 하늘로

중앙일보

2025.07.17 08:23 2025.07.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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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때 시력을 잃고 시각장애인 아버지와 살면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던 20대 청년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5월 16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이동진(28·사진)씨가 심장과 좌우 신장을 3명에게 각각 기증하고 숨졌다고 17일 전했다. 이씨는 어버이날(5월 8일) 아버지와 식사를 마치고 잠들었다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

경기 부천시에서 태어난 이씨는 생후 9개월 만에 안구에서 암이 발견돼 4년간 항암 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두 살 때 시력을 잃고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다.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심장판막 수술을 받은 뒤 돌아가시면서 시각장애인인 아버지가 그를 홀로 키웠다.

유족들은 “어릴 적 시력을 잃어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가족의 도움 속에 항상 잘 웃고 밝은 성격으로 자라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다. 특히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유족들은 “고인이 삶의 마지막 순간 좋은 일을 하고 가면서 다른 이들의 몸속에서 살아 숨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아버지 이유성씨는 먼저 떠난 아들에게 “엄마하고 같이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고 재밌게 지내. 이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장구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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