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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없는 경찰의 실종신고 대응체계, 시민 안전 위협한다

보도자료

2025.07.1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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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초기 대응 체계 ‘기준 미비’…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아이가 없어졌어요, 제발 좀 도와주세요.”
 
긴박한 순간, 실종신고조차 받아주지 않는 경찰의 안일한 대응에 아이를 잃은 부모의 가슴은 무너진다. 법과 매뉴얼보다 ‘현장 경찰의 감(感)’에 의존하는 실종신고 대응 체계는 반복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사진출처 : 네이트 판 캡쳐]

[사진출처 : 네이트 판 캡쳐]

■ 실종신고, ‘접수 거부’도 경찰 재량?… 감으로 결정되는 생사 갈림길
지난 7월 17일, 네이트 판에는 “아이 실종 신고를 하였으나, 접수를 거절당하고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2024년 7월, 아들의 실종을 신고했으나,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아이 안전이 걱정되면 먼저 아이가 사라진 장소에 가서 조사를 하고 오라”며 접수를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민간인이 어떻게 수사를 하느냐”고 항의하자, 경찰은 “신고를 접수할지 여부는 내 권한”이라고 말했다. 이에 A씨가 경찰의 소속과 이름을 묻고, 휴대폰으로 촬영을 시작하자 격분한 경찰은 신고인의 뒷목과 어깨를 강하게 잡고 위아래로 흔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A씨의 옷이 찢어지고 목과 척추, 머리에 상처를 입었다. 이후 A씨는 119를 통해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A씨는 치료를 받고 퇴원하자마자 자신이 폭행을 당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과 CCTV, 현장 음성 녹음, 병원 진단서, 목격자 진술 등 다수의 증거를 경찰서에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폭행 증거가 없다”며 조사 없이 사건을 종료했다. 이는 명백한 진실 은폐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실종아동 신고임에도 관할을 이유로 외면하고, 오히려 신고자를 폭행하는 사태로까지 번진 이번 사건은 경찰의 실종신고 대응 방식이 얼마나 부실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현행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는 분명히 실종신고는 지체 없이 접수해야 하며, 관할과 무관하게 초기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경찰관의 ‘판단’에 따라 “접수할지 말지”, “실종으로 볼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 “아직 실종으로 보긴 이르다”… 경찰 자의적 판단의 민낯
많은 실종 관련 사건에서 경찰은 “귀가할 가능성이 있다”, “가출로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접수를 미루거나 출동을 지연한다. 이 과정에서 실종자의 생사 여부를 가를 수 있는 ‘골든타임’은 허무하게 지나가 버린다.
 
이는 경찰관 개인의 경험과 추정에 의존한 판단일 뿐,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탓이다. 실종자의 연령, 정신·신체 상태, 상황의 위급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매뉴얼’ 없이, 각 경찰관의 ‘감’에 기대는 대응 체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 “관할이 아니다”, “가출이다”… 반복되는 무책임 대응
서울의 한 아동 실종 사건에서도, 초동대응이 지연된 끝에 결국 피해 아동이 범죄에 노출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경찰은 ‘가출로 보인다’는 자의적 해석 아래 사건을 축소했고, 이후 정황상 아동이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뒤늦은 수사가 시작됐다.
 
이러한 ‘선택적 판단’은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처사다. 실종 여부는 경찰의 추측 대상이 아니라, 사후 수사를 통해 규명되어야 할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여전히 접수 자체를 보류하거나 거부하는 식으로 사안을 임의 판단하고 있다.
 
■ 실종 대응의 기본, ‘무조건 접수·즉시 출동’ 원칙부터 세워야
선진국의 경우,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별도의 판단 없이 즉시 출동·수색이 이뤄진다. 그 결과 실제 범죄가 아닌 경우에도 조기에 사건이 종결되며, 반대로 범죄나 위급 상황일 경우엔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관할 아니다”, “보호자 불명확”, “자진 가출” 등의 이유로 신고 접수를 지연하거나 외면하는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결과적으로 인권 침해와 더불어, 경찰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킨다.
 
■ 기준 없는 대응 체계… 경찰 조직 스스로 불신 자초
실종사건은 시간이 곧 생명이다. 경찰이 이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수 여부를 재량으로 판단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는 결국 피해자를 두 번 울리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곧 경찰 조직 전체의 신뢰도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다.
 
“기준이 없다면, 책임도 없다”는 무책임한 수사는 경찰의 권한을 사유화시키고 있다. 실종 대응은 공권력의 핵심 임무 중 하나이며, ‘경찰 감각’이 아닌 ‘법적 기준’에 입각한 체계적 시스템이 시급하다.
 
실종신고는 단순한 민원 업무가 아니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국가의 책무다. 경찰이 자의적 판단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현실은, 결국 또 다른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찰의 판단이 아닌, ‘국민의 권리를 위한 절차’다. 실종신고는 예외 없이, 망설임 없이, 일관되게 처리돼야 한다. 기준 없는 현장을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경찰개혁의 첫걸음이다.
  

정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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