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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中전승절 불참 가닥…"우원식 의장 참석 검토"

중앙일보

2025.07.17 19:11 2025.07.1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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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오는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이른바 전승절(戰勝節) 행사에 이재명 대통령을 초청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기류다. 미국과 통상-안보를 연계한 패키지 딜 협상이 진행 중인 데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대통령실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18일 “중국의 초청이 있었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지 않고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다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참석자가 누가 될 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검토 중인 사안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 정해지면 알려 드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중국은 앞서 이 대통령을 ‘항일전쟁 및 반(反)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 대회’와 열병식에 초청했다.

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참석하는 선택지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3부 요인인 국회의장이 참석한다면 이 대통령이 직접 가는 데 따르는 부담은 다소 줄이면서 중국 쪽에도 예우를 갖추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파견하는 특사 자격이 될지 여부 등 우 의장이 참석하더라도 형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우 의장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대통령실과는 분리돼 있는 일”이라며 “저희가 허락 내지는 통보하는 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생각해달라. 사실 대통령실에 계속 묻는 것도 조금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중 간 전략 경쟁이 한층 첨예해진 데다 이재명 정부의 대미 외교는 아직 본격적인 시동도 걸지 못한 상태다. 특히 패키지 딜 협상 타결 등 시급한 대미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전승절 참석을 결정하기에는 정치·외교적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사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 등에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견인할 수 있다는 판단에 결단을 내렸지만, 중국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는 없었다. 특히 후폭풍으로 한·미 관계에서 일정 수준의 균열을 피하기 힘들었다.

지난 11일 이 대통령을 만난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전승절에는)안 가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제가 2015년 박 대통령이 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니 대통령도 ‘당시에 박 대통령이 거기까지 간 건 약간 오버한 것 같다’는 느낌으로 답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트럼프(미 대통령)가 거기 간다면 우리도 갈 수 있지 않느냐는 비슷한 요지의 분위기로 이야기했다”면서다.

이와 관련,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관련 질문에 “확정적인 답변을 할 수 없다”면서도 한·미 정상회담 전에 전승절에 참석할 가능성을 묻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 측으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애초에 중국이 이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이 실제로는 크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초청 의사를 전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을 흔들어 한·미 간 틈새가 있는지, 즉 ‘약한 고리’일 가능성을 재보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전승절 참석이 국내정치적 갈등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 TV 토론에서 정청래 후보는 “정치적 동맹은 미국과 튼튼하게 맺고 경제 관계는 중국과 맺어 수출 활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박찬대 후보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생각하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모두 이 대통령이 전승절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조현 후보자 청문회에서 한·미보다 한·중 정상이 먼저 만나는 것은 한·미 동맹 기조에 혼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주.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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