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전직 교사와 함께 시험지를 빼돌리려 한 학부모의 딸은 주로 전교 1등을 하는 등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지고 난 뒤 빼돌린 시험지없이 치른 기말고사 수학시험 점수는 40점에 불과했다.
18일 학교 관계자를 인용한 뉴스1 보도에 따르면 항상 전교 1등을 도맡아 왔던 고3 A양(18)은 지난 4일 치른 기말고사에서 수학 40점, 윤리 80점 등의 점수를 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평소에는 대부분 만점을 받거나 실수로 1개 정도 틀리는 학생인데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그동안 받은 전교 1등 성적이 전부 가짜였던 것 아니냐?”,“밤새우며 열심히 공부한 내 딸은 뭐가 되냐?”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4일 오전 1시 20분쯤 A양의 어머니 B씨(48)와 이 학교에서 지난해 2월까지 근무했던 전직 기간제 교사 C씨(31)는 학교 교무실에 무단 침입,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리려던 순간 경비 시스템이 울렸다. 놀란 이들은 황급히 달아났지만, 다음 날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을 도운 행정실장 D씨(30대)를 포함한 3명이 구속됐다. D씨는 C씨 요청을 받고 지난달 6월 28일부터 CCTV 영상을 삭제했고, C씨 지문이 학교 보안시스템에 등록되도록 한 정황도 파악됐다.
B씨와 C씨는 지난 2020년 교사와 학부모로 처음 만났다. 2023년 A양이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는 C씨가 1학년 담임을 맡기도 했다. C씨가 A양의 개인과외를 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이는 불법이기 때문에 경찰은 이 점도 조사 중이다. C씨는 A양이 고교 진학한 직후부터 전과목 시험지를 빼돌려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지를 빼돌릴 때마다 B씨가 C씨에게 수고비로 전달한 돈이 수백만 원씩 총 2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지난 14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A양에 대해 퇴학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치른 시험 성적도 모두 0점 처리하기로 했다. 같은 날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C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 이어 15일에는 B씨도 구속했다.
안동경찰서는 A양도 빼돌린 시험지로 시험을 본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16일 불구속 입건했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시험지가 똑같아)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지만 훔쳐 온 것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