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부터 전국 곳곳에 내린 집중호우로 여러 하천이 범람해 피해가 속출했다. 반면 대전천·유등천·갑천 등 3대 하천이 관통하는 대전시는 이렇다 할 피해가 없었고 홍수 예보조차 내려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지난겨울부터 실시한 대대적인 하천 준설(浚渫)이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서울시도 여러 대비책을 마련해 폭우 피해를 피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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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집중호우에도 피해 없어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7일 오후 6시까지 내린 누적 강우량(구성동 기준)은 최고 188.6㎜에 달했다. 지난 17일 오전 1시부터 1시간 동안 47㎜의 물폭탄이 쏟아지기도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평소 이 정도 강우량이면 하천 둔치, 산책로까지 물에 잠기고 만년교·복수교·원촌교 등 3개 교량은 통제되기 일쑤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며 “하천 통수(通水) 단면이 넓어지면서 물이 잘 빠지고 진흙밭으로 변했어야 할 하천 둔치가 멀쩡한 모습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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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3대 하천 최고 1.5m 낮아져
대전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3대 하천에서 대대적인 준설과 재해 예방 공사를 했다. 사업비는 시 예산으로 총 172억 원을 들였다. 이런 준설로 3대 하천에서 총 68만t의 모래와 자갈 등을 퍼냈다. 이 덕분에 3대 하천 17.9㎞구간 하상(河床)이 최저 50cm에서 최고 1.5m까지 낮아졌다고 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가을에 추경예산을 편성해 겨울에 준설해야 다가오는 여름철 폭우에 대비할 수 있다"라며 "겨울에 준설하면 하천 물이 비교적 적어 작업이 쉽고, 준설토에서 냄새가 발생하지 않으며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등 1석3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그동안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하천 준설사업을 수십년째 하지 못했다. 이 바람에 토사 퇴적으로 하상이 높아지는 바람에 물난리가 잦았다. 홍수주의보 등이 상습적으로 내려졌다. 2020년 7월 대규모 침수 사태로 서구 정림동 일대 아파트가 물에 잠겼다. 지난해 7월 10일에도 하루 최고 122.0㎜의 비로 인해 서구 용촌동 제방이 무너져 마을이 침수되고 유등천 다리가 주저앉기도 했다.
수해 대책 잘 세운 서울시도 피해 없어
이와 함께 2022년 8월 역대급 물난리를 겪은 서울시도 이번엔 별다른 큰 피해가 없었다. 서울시는 올해 위험도 높은 저지대·재해우려지역 집중관리, 골목 침수 위험 감지, 호수·연못 등 수(水) 체계 개선을 통한 빗물 그릇 확보, 수도권 기상청과 경찰·군·소방과 공조 강화 등 분야별 종합 대책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특히 올해는 반지하 주택이 밀집한 관악·동작·영등포구 등 15개 골목길에 전국 최초 ‘반지하 침수경보시설’을 시범 도입한다. 수위 관측장비가 달린 레이더 센서가 실시간 수위를 감지해 알리는 시스템이다. 침수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 98개소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 차도면이 10㎝ 이상 침수되면 즉시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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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천 등 범람
반면 이번 집중호우에 충남에서는 당진천·홍성 갈산천·도당천 등이 범람했다. 금강 지천인 삽교천에는 홍수경보가, 영산강 지천인 광주천·소태천·석곡천·서방천 등에는 홍수경보·범람우려 등급이 매겨졌다. 낙동강 지천인 경산 오목천 역시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들 하천은 대전 3대 하천만큼 지난겨울 집중적인 준설이 이뤄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미호강도 이번에 범람위기를 맞았다. 미호강은 2년 전 발생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에도 준설 논란이 일었다. 당시 하천 준설 등 홍수 대비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청주시가 준설을 계획했지만, 환경단체 반발과 예산 부족 등 이유로 준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에도 준설 등 하천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