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앳된 얼굴, 부푼 바지…"그놈이다" 도주 운전자 잡은 불심검문

중앙일보

2025.07.18 13:0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지난 11일 오전 5시 10분쯤 경기 구리시 교문동 도로에서 비틀비틀 주행하던 승용차를 다른 차량 한 대가 막아섰다.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급히 출동한 경찰차였다. 경찰의 요청으로 승용차 창문이 내려가자, 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얼굴이 조금씩 드러났다. 앳된 얼굴의 소년이었다. 그런데 신원 확인과 음주 측정을 이어가려던 찰나, 운전자가 핸들을 급히 꺾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았다. 경찰차를 피해 도주한 것이었다. 승용차는 약 1㎞를 달린 뒤에 멈춰섰다. 이어 운전자는 차를 버리고, 입고 있던 옷을 벗어 겉모습을 바꾼 채 인근 마을을 서성였다.

하지만 그의 도주극은 30분 만에 끝났다. 도주 직전 창문 틈으로 언뜻 보인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경찰관이 바뀐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금세 운전자를 알아본 덕분이었다. 경기 구리경찰서는 이날 무면허 상태로 차량을 훔친 뒤 운행하고,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난 A군(17)을 절도·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A군은 남양주의 한 주차장에서 문이 열려있던 차를 훔친 뒤 구리시까지 몰고 간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체포 직전 이날 오전 5시쯤 경찰은 경기 남양주시 도농역 인근에 음주운전 의심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1건의 신고가 전부라 정확한 차량의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웠지만 진행 방향을 추적한 끝에 신속하게 해당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출 전이어서 어두컴컴한데다 도주 직전 A군을 볼 수 있는 시간은 10초도 채 안됐지만, 출동한 경찰관은 운전자가 한눈에 봐도 어려 보여서 생김새를 잊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고 한다.


경기 구리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옷차림을 바꾼 채 배회하던 A군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고, 즉시 불심검문을 진행한 것도 결정적이었다. 보통의 경우 음주운전 의심 정황만으로 무작정 행인을 붙잡고 검문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A군의 경우 차량으로 도주하던 당시와 걸어 다니다 경찰관을 마주쳤을 당시 입은 상의의 색깔도 달랐다. 하지만 경찰은 A군의 얼굴과 부자연스럽게 부풀어 있는 바지 일부분을 확인하곤 급히 그를 불러 세웠다.

검문에 잡힌 A군은 처음엔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관은 바지 안쪽에 숨겨둔 겉옷을 확인하곤 즉시 경찰서로 연행했다. 신고 시점으로부터 채 1시간도 흐르지 않은 시점이었다. 경찰은 이후 A군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차량을 훔쳐 무면허 상태로 운전한 사실도 밝혀냈다.

구리경찰서 교통관리계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차를 훔친 동기 등을 추가 조사 중”이라며 “교통 경찰은 현장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도용해 운전하는 청소년들과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경험이 쌓이면 운전자가 미성년자인지 아닌지 비교적 금방 알아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쇄회로(CC)TV 추적 없이 현행범 검거를 위해 ‘맨 땅에 헤딩’하듯 급하게 수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장 경찰관의 집중력과 감각 덕에 피의자를 빠르게 검거하고 추가 범행도 막을 수 있었다”고 했다.



오소영([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