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슬로베니아도 조력 사망 허용…의회서 법안 통과
정신질환 경우에는 조력 사망 불가…몇 주 내 법안 시행 예정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이 조력 사망을 속속 허용하는 가운데 동유럽 슬로베니아에서도 조력 사망이 가능해졌다.
슬로베니아 국회는 18일(현지시간) 찬성 50표, 반대 34표, 기권 3표로 조력 사망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A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슬로베니아 의회는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유권자의 55%가 조력 사망 관련 법 제정에 찬성하면서 이날 해당 법안을 투표에 부쳤다.
해당 법안은 의식이 있는 말기 환자가 고통을 참기 어려우며 더 이상 적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없을 때 조력 사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치료를 통해 환자의 상태가 개선되거나 회복될 가망이 없을 경우에도 조력 사망을 허용한다.
다만 정신 질환으로 인해 고통을 겪는 경우에는 조력 사망을 선택할 수 없다.
슬로베니아 조력 사망 허용법은 몇 주 내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을 지지했던 슬로베니아 집권 여당 자유운동 소속 테레자 노박 의원은 "조력 사망에 대한 권리는 의학이 패배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야당 슬로베니아 민주당(SDS)은 조력 사망 법안 통과에 대해 "인간 존엄성 상실과 취약 계층 생명의 가치를 축소하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말기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달리 조력 사망은 환자 본인의 선택에 따라 의사가 처방한 약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안락사'로 분류되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윤리적 논쟁 사안 중 하나다.
시행 기준은 나라별로 차이가 있으나 유럽에서는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이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으며 호주, 캐나다도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일부 주(州)에서도 조력 사망이 가능하다.
지난달 영국에서도 조력 사망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