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60·사법연수원 19기)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팀이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 10일 다시 구속된 지 9일만, 특검팀이 수사를 개시한 날부터 31일 만이다.
━
특검팀 “尹, 국무위원 헌법상 권한 침해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19일 오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오후 2시40분쯤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소 제기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이번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대통령경호법 위반·허위공문서 작성 등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족수(11명)만 채운 채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16분부터 18분까지 2분가량 졸속으로 국무회의를 열고, 일방적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판단했다.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 행사를 침해했단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 특검보는 “헌법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관련해 사전 국무회의 심의 및 총리·관계 국무위원 서명 등 견제·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은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소집을 통지했고, 통지받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헌법상 권한인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
“구속 연장해도 실효성 있는 조사 담보 어려워”
특검팀은 지난 10일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한 이후 대면 조사를 위해 3차례 강제구인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특검팀 소환뿐만 아니라 재판 출석까지 거부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지난 16일엔 법원에 “구속의 정당성을 판단해 달라”는 취지의 구속적부심까지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전날 심문을 거쳐 “윤 전 대통령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 결정했다.
특검팀은 이런 상황에서 구속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이날 윤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 박 특검보는 “참고인 등 추가 조사 및 증거 수집이 충분히 이뤄졌다”며 “구속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사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런 윤 전 대통령의 ‘수사 거부’ 상황을 재판에 양형 자료로 반영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재판에 넘겨진 건 지난 1월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5월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각각 기소된 후 세 번째다.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및 재판 등에서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
“외환 관련 수사 거부하면 체포영장 발부받겠다”
특검팀은 이번 공소장에서 외환 의혹 관련 일반이적죄 등은 제외했다. 관련 수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지난 17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등을 소환 조사한 바 있다. 지난 14일엔 드론작전사령부 등 24곳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다만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정점’인 만큼 대면 조사는 불가피하단 방침이다. 박 특검보는 “외환 관련 수사를 진행할 때 당연히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는 필요하다”며 “출정 요청에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 않으며 협조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뿐만 아니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등 내란 혐의 공범 등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날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면서 비상계엄 선포 전후 열린 국무회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