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어린이·난민. 세계태권도연맹(WT)이 태권도 세계화를 위해 특별히 힘을 쏟는 분야다. 태권도를 통해 평화와 화합을 이룬다는 목표에 부합한 타깃팅이다. WT는 2004년부터 아랍권 여성들에게 히잡을 쓰고 경기를 해도 좋다고 허용해 줬다. 그 후 중동 지역 태권도 인구가 크게 늘었고, 이란·이라크·요르단 등이 태권도 강국으로 성장했다. 2021년 11월에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36개국이 출전한 국제 여자 태권도대회가 열려 세상을 놀라게 했다. WT는 “여성 차별 국가라는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아시안게임도 올림픽도 유치할 수 있다”고 2년 동안 사우디 측을 설득했다고 한다.
WT는 2008년 태권도평화봉사재단을 창설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 어린이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장비와 용품을 지원했다. 그러던 중 2015년 튀르키예 해변에 다섯 살 난민 아이의 시신이 떠오른 걸 계기로 난민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들을 돕기 위해 2016년 태권도박애재단(THF)을 만들었다. 튀르키예·르완다·지부티·요르단 등지의 난민 캠프에 운동 시설을 만들고 현지 사범을 교육해 태권도를 보급했다. 오갈 데 없이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통해 삶의 목표과 희망을 심은 것이다. 이걸 보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7년에 올림픽난민재단을 만들었고, 올림픽에 난민 선수가 출전하는 ‘역사의 진보’가 이뤄졌다.
WT는 요르단 아즈락 난민촌에 세운 태권도 전용 체육관을 레슬링·유도·탁구 등 다른 종목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고, 10개 종목으로 겨루는 ‘Hope and Dreams Sports Festival’도 개최하고 있다. THF의 인도주의적 활동을 이끌어 온 공로를 인정받아 조정원 WT 총재는 2023년 11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으로부터 ‘올림픽 컵’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