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강골 검사 윤석열은 왜 이해하기 힘든 비상계엄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렸을까요. 서른 넷, 늦깎이로 검사가 된 뒤 10년 가까이 족적을 남기지 못해 변호사로 전직까지 해야 했던 윤석열이 어떻게 해서 우리 모두가 아는 화려한 특수통의 길을 걷게 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공개합니다.
「
죽음과 무죄…윤석열 검사와 중수부, 폭주의 대가 치르다
」
연신 혀를 찼다. 간혹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러다가 점점 얼굴이 붉어졌다. 전형적인 폭발의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다. 2007년의 어느 날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에서 그렇게 주변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그는 윤석열 검사였다.
그를 흥분시킨 건 기립한 채 열변을 토하고 있던 양복 차림의 한 중년 신사. 그는 변호인이었다. 그가 무수히 많은 호화 변호인들과 함께 그 법정에서 대리하고 있던 이는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였다.
외환은행을 저렴하게 구매한 뒤 몇 년 만에 거액에 팔고 한국을 떠난 ‘먹튀’의 대명사, 바로 그 사모펀드 론스타다. 유 대표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대검 중수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동열(전 서울서부지검장)·한동훈 검사로 구성된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이하 주가조작) 수사팀이 그를 기소했다. 검찰과 론스타 양측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이어나갔다.
그날 검찰 측에서는 기소 주체인 이동열 검사가 재판에 참여했다. 그는 부산지검으로 발령 난 한 검사 대신 응원군을 한 명 데리고 왔다. 윤 검사였다. 그는 그날 중수부 검사실에 홀로 있다가 이 검사의 눈에 띄었다.
법정에서 계속 윤 검사를 자극하던 변호인이 급기야 검찰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 이 부분은 이렇게 해석하면 안 되죠. 영문법을 제대로 적용하면 이렇게 해석하는 게 아니고, 다음과 같이 해석해야 하는 겁니다. 검찰은 영어 해석도 제대로 못 하고 엉터리 공소장을 쓴 겁니다. "
윤 검사가 폭발했다. 그가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대갈일성 했다.
" 변호인! "
변호인이 깜짝 놀랐다.
" 아니 검사! 변론 아직 안 끝났어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
하지만 윤 검사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
" 변호인, 쇼하지 마쇼! "
장내가 뒤집어졌다. 변호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 아니 검사, 이게 무슨 짓이요? 그리고 내가 검사의 선배인데 이래도 되는 거요? "
그 변호인은 윤 검사의 서울대 법대 선배였다. 하지만 윤 검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맞받아쳤다.
" 아니, 여기가 무슨 동창회장입니까? "
객석이 또 한 번 뒤집어졌다. 재판장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 검사, 태도가 지나칩니다. 변호인에게 사과하세요. "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 변호인, 여기 동창회장 아닌 거는 맞잖아요? 검사한테도 사과하세요. "
검찰 간부 출신의 B가 당시 상황을 전했다.
" 그때 재판장이 이경춘 전 서울회생법원장이었는데, 꽤 재미있고 기지가 있는 분이었어. 그분이 ‘여기 동창회장 아니잖아요’라고 익살스럽게 변호인을 달래서 겨우 분위기를 되돌렸지. 만일 그때 변호인 측이 제대로 문제 삼았다면 윤 대통령이 상당히 위험해졌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