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접대부들의 지상 과제란 화류계에서 탈출하거나 마담으로 승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업계에 진입하면서 마담에게 빌린 ‘마이킹’(선급금)을 갚아야 한다. 무이자 대출이라는 이 편리한 제도는 마담이 접대부들을 관리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족쇄를 걸어두지 않으면 접대부가 멋대로 경쟁 업소에 출근하거나, 에이스급이 됐을 때 업소에 갑질을 하는 등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마이킹으로 재테크를 하는 접대부는 거의 없다. 대부분 명품 구매나 성형 시술 등 사치에 돈을 태운다. 일반인의 몇 배는 더 버는 접대부가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를 한 방에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돈 많은 스폰(서)을 잡아 ‘공사’를 치는 것이다. 미혼 재력가는 드물기에 스폰을 잡으면 두 집 살림을 차리게 한다. 최종적으로는 수억원을 요구, 가정에 관계를 폭로하겠다며 이를 드러낸다. 이 과정에선 접대부 혼자보다 마담, 사장 등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
“이혼이야 내 책임이다. 하지만 너무 억울하다”
」
경기도 양주의 한 중소기업 대표인 김진모(가명·45)씨는 탐정사무소를 찾아 토로했다. 결혼 14년 차인 김씨는 회사 근처 비즈니스 모텔에서 4개월째 살고 있다. 배달 음식으로 체중도 10㎏가량 불었다.
유흥업소 접대부와의 두 집 살림이 탄로 났기 때문이다. 그는 2년 전 경기도 의정부의 ㄱ업소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정유미(가명·34)씨를 만났다. 그 후 관계가 깊어지면서 정씨에게 2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해줬다. 정씨는 돈이 더 필요하다며 아파트는 전세를 내주고 김씨 명의로 고급 오피스텔을 월세로 구했다. 월세 150만원도 김씨 몫이었다. 그렇게 나간 돈이 총 3억원.
돈을 빌려 달라는 요구는 점차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연락을 차단하자 정씨는 김씨의 집을 찾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며칠 안 돼서 배우자는 이혼 소송을 청구했다. 물론 파탄의 책임이 있는 그에게 승산은 없다. 그렇다면 억울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김씨가 말한다. 그는 정씨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주장으로는 정씨의 ‘공사’에 당했다고 한다. 집에서 쫓겨난 뒤 정씨에게 연락이 와 오피스텔을 찾았는데 대뜸 ‘살려주세요’라며 겁탈당한다고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즉시 누군가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김씨를 체포해 조사했다. “이제는 회사에 찾아오겠다고 한다. 경비원에게 출입 금지를 지시했지만 지역에서 소문나는 건 한순간이다.”
김씨는 변호사의 권유로 탐정사무소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변호사가 사연을 듣더니 정씨에게 준 3억원 중 일부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으로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정씨의 자백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백만 끌어낼 수 있다면 성폭행이 무고라는 것도 동시에 밝혀낼 수 있다. 김씨는 이를 위해 선수금으로 1000만원을 지불했다. 기한은 2개월, 그사이 소요되는 경비도 모두 부담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