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씨의 재심 첫 공판이 오는 23일 열린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오는 23일 오전 11시 부산지법 352호 법정에서 최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그동안 2차례의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검찰과 최씨 측은 1차 준비기일에서 증인 채택 여부와 증거 입증 계획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2차 공판 준비기일 때는 검찰이 제출한 입증계획서와 증거제출계획서를 토대로 신속한 재판 절차 진행에 합의했다. 검찰은 별도의 증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2차 공판 준비기일 이후 "검찰이 제출한 증거에는 이와 유사한 사건의 검찰 불기소 처분 사례 또는 무죄 선고 판결이 담겨 있었다"며 "다음 공판에서 검찰의 무죄 구형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기일에는 최씨가 참석해 최후 변론을 할 것"이라며 "이후 선고를 통해 60년이 넘는 대장정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최씨는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오후 자신의 집에 놀러온 친구들을 데려다주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집 앞을 서성이던 남성 노모(당시 21세)와 마주쳤다. 노씨는 느닷없이 최씨의 다리를 걸어 쓰러뜨린 뒤 입을 맞추려고 달려들었다. 최씨는 노씨의 혀가 입으로 들어오자 이에 저항해 그의 혀를 깨물었고 노씨의 혀는 1.5㎝가량 절단됐다.
최씨는 이 사건으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성폭행에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으나 당시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씨에게는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최씨는 사건 발생 이후 56년 만인 2020년 5월 용기를 내 재심을 청구했으나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은 수사 과정에서 '검사가 불법 구금을 하고 자백을 강요했다'는 최씨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씨 주장이 맞는다고 볼 정황이 충분하고, 당시 재심 대상 판결문·신문 기사·재소자 인명부·형사 사건부·집행원부 등 법원 사실조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부산고법은 올해 2월 최씨의 중상해 사건 재심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를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