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주의 연주' 천착 영국 지휘자 로저 노링턴 별세
당대의 연주 기법·곡 해석 고려해 원전에 가까운 재현 지향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로저 노링턴이 18일(현지시간) 엑서터 외곽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1세.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노링턴은 작품이 쓰인 당시의 곡 해석과 연주 기법 등을 고려해 원전에 가깝게 음악을 재현하려는 '역사주의 연주'에 천착해온 지휘자다.
1934년 3월 영국 옥스퍼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합창단에서도 활동했다.
다만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로 뛰어든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이 지나서다.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합창단 활동을 멈추지 않았고, 1962년 하인리히 쉬츠의 합창 작품집이 새로 출간됐을 때 이 음악을 지휘해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혀 합창단을 결성했다.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런던 왕립음악대학에 입학해 아드리안 볼트를 사사했다.
쉬츠 합창단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1969년 켄트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임명됐고, 1985∼1989년 본머스 신포니에타, 1990∼1994년 뉴욕 세인트 루크 오케스트라 등을 이끌었다.
지휘자로서 국제적 명성을 쌓은 것은 1987년 베토벤 교향곡 2번과 8번을 담은 음반을 내놓은 이후부터다.
그는 이후 1998∼2011년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2011∼2016년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로 활동했고 1997년에는 기사 작위도 받았다.
NYT는 노링턴이 인터뷰에서뿐 아니라 콘서트에서도 즉흥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전했다. 현악기 연주 시 소리에 규칙적인 떨림을 줘 음색을 풍부하게 만드는 비브라토를 '현대의 마약'이라고 배척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말년에는 주로 높은 회전의자에 앉아 지휘하는 것을 선호했으며, 연주 도중 청중을 향해 고개를 돌려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는 청중에게 교향곡이나 협주곡 악장 사이에 박수를 쳐도 된다고 말해왔는데, 이는 18∼19세기에는 흔한 관행이었지만 오늘날에는 환영받지 못하는 행위다.
노링턴은 2021년 11월 로열 노던 신포니아의 콘서트 지휘를 끝으로 은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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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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