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특검팀(이명현 특별검사)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채 해병 사망 관련 혐의 선상에서 제외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군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20일 파악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군방첩사령부로부터 채 해병 사망 사건 수사가 이뤄지던 시점에 작성된 동향보고 자료를 확보했다. 당시 방첩사 소속으로 해병대 파견부대장이었던 문모 대령이 이른바 ‘VIP 격노설’의 진원지인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이후 작성한 문서다. 문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이 발생한 2023년 7월 방첩사 지휘부에 해병대 상황을 보고하고,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과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던 만큼 ‘VIP 격노설’의 실체를 증언할 주요 인물로 꼽힌다.
이 문건엔 당시 ‘임 전 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기로 한 해병대수사본부 초동수사 결과를 두고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도 이런 내용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단 내용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이러한 지시가 당시 대통실로부터 내려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VIP 격노설이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을 경찰에 피의자로 넘기겠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격노했다는 의혹이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 재수사를 거쳐 임 전 사단장은 피의자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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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안보실 회의 당일 방첩사령관과 통화
채 해병 사망 사건 관련해 수사외압이 있었단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특검팀은 최근 박진희 당시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이 2023년 8월 채상병 사망 사건을 재검토하던 국방부조사본부 소속 영관급 장교 A씨와 대화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최근 확보했다. 앞서 국방부조사본부는 군검찰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해병대수사단 초동조사 기록을 회수한 뒤 사건을 재검토했고 2023년 8월 14일 임 전 사단장 등 6명에 혐의가 있단 중간보고서를 만들었다.
녹취 내용에 따르면 박 전 보좌관은 A씨에게 ‘장관 지시’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혐의자를 줄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후 국방부조사본부는 대대장 2명만을 혐의자로 적시해 8월 21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박 전 보좌관은 안보실 회의 당일 오후 2시27분쯤 황유성 당시 국군방첩사령관과 2분32초간 통화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이 통화내용도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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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훈 목사 “순직해병 관련 어떤 청탁·부탁도 한 적 없다”
한편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순직해병 사망과 관련해 관계기관이나 공직자에게 청탁 등 어떠한 언급도 한 일이 없고 목회자 등에도 부탁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도 이날 중앙일보에 “김장환, 이영훈, 백명규 목사 등에게 구명활동을 한 적 없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 김장환 목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극동방송 건물, 김 목사의 자택,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자택과 사무실, 백명규 해병대 군종목사(소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이 의원과 김 목사 등 종교계 인사들이 임 전 사단장과 대통령실 등 윗선 간 연결고리가 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