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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못 만난 영∙프 특사…美특사-트럼프 면담 성사 관건

중앙일보

2025.07.20 00:19 2025.07.2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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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유럽연합(EU), 프랑스, 인도, 영국에 파견한 특사단이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프랑스와 영국 특사단은 정상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특사 외교'의 핵심인 대미 특사단도 곧 출국할 것으로 보이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만남 성사 여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에 민주 대한민국의 복귀를 알리고, 새 정부의 국정 철학 및 대외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주요국에 대통령 특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왼쪽부터 유럽연합(EU) 특사단장 윤여준 환경부 장관, 프랑스 특사단장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영국 특사단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도 특사단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뉴스1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EU, 프랑스, 인도, 영국 특사단이 차례로 상대국을 방문한 뒤 활동 결과를 공개했다. EU 특사단(단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만나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EU를 상대로 특사단을 보낸 건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때가 처음이다. 당시 조윤제 EU·독일 특사는 이번 특사단과 마찬가지로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만났다.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때도 EU 특사단장으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파견돼 EU 수석부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인도 특사단(단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은 17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 등 인도 정부와 의회의 주요 인사를 면담했다. 모디 총리는 특사단을 환영하면서 친서 전달에 사의를 표하고, 이 대통령을 재차 인도로 초청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대통령 인도 특사단이 1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외교부

프랑스 특사단(단장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실 외교수석을 만나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특사단의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한국 방문에 관심이 많다"는 본 수석의 전언도 공개했다. 프랑스 특사단은 이외에 상·하원 주요 인사, 현지 주요 기업 대표들을 만났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강금실 프랑스 특사단장과 한병도,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대통령 프랑스 특사단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실 외교수석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영국 특사단(단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너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파월 안보보좌관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첫 한·영 정상회담을 거론하면서 긴밀한 소통 의지를 강조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영국 특사단은 캐서린 웨스트 외교부 정무차관과 의회 인사들도 만났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단장으로하는 영국 특사단이 지난 17일 영국 조나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민희 의원, 추미애 의원, 조나선 파월 국가안보보좌관, 박선원 의원. 외교부

다만 프랑스와 영국 특사단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현지에서 직접 만나지 못한 걸 두고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상의 친서를 지닌 대통령 특사라면 통상 상대국 정상과 면담을 통해 이를 전달하는 게 외교적 예우를 갖춘 관례에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조윤제 EU·독일 특사는 메르켈 독일 총리를 직접 만나 친서를 전달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새 정부 출범을 환영하며 조속한 정상회담 준비를 지시했다"고 당시 조 특사가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중국·일본을 비롯한 주요국과 EU에만 특사단을 보내던 기존의 공식에서 벗어나 10여 개국에 특사단 파견을 추진하며 전방위 특사 외교를 펼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에 별도의 특사단을 파견한 것도 처음이다. 외교 다변화 시도로 읽히지만, 정상 면담이 이뤄지지 않아 특사 파견의 실익을 두고 물음표가 따라붙을 여지도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다음 타자로 출국할 대미 특사단(단장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 현지에서 접촉할 인사와 논의 내용에 큰 관심이 쏠린다.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여부다. 하지만 아직 한·미 정상회담 일정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데다 다음달 1일 25% 상호관세 부과 시한을 앞둔 안보-통상 연계한 '패키지 딜' 협상 등 다양한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역대 대미 특사단도 미국 대통령과 면담이 성사된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가 모두 있었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미 특사단(단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1기 행정부 시절의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부통령, 백악관 선임고문, 국가안보보좌관이 배석한 가운데 면담을 진행하며 친서를 전달했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미 특사단(단장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을 만났다.

반면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파견된 특사단 성격의 한·미 정책협의단(단장 박진 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지 못했고, 대신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미 특사단(단장 정대철 헌정회장)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나지 못해 딕 체니 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미 특사단(단장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대신 존 케리 국무장관과 면담했다.



박현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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