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이 다음 달 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모의고사'로 치러진 일본·카타르와의 네 차례 평가전을 전승으로 마쳤다.
안준호(69) 감독이 이끄는 FIBA 랭킹 53위 한국은 20일 경기도 안양정관장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87위)와의 두 번째 평가전에서 95-78로 역전승했다. 지난 18일 90-71 대승에 이어 카타르와 2연전에서 모두 이겼다. 한국 대표팀은 다음 달 5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컵에 대비해 일본(21위)·카타르를 홈으로 불러들여 2경기씩 평가전을 치렀다. 앞서 지난 11일과 13일 일본을 연파한 안준호팀은 카타르와 2연전도 싹쓸이하며 4전 전승으로 평가전 일정을 마쳤다.
특히 카타르전 승리는 의미가 남다르다.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맞붙을 팀이라서다. 안준호팀은 아시아 최강 팀 호주(7위), 레바논(29위), 카타르와 함께 '죽음의 A조'에 편성됐다. 이중 카타르가 랭킹이 가장 낮지만, 미국프로농구(NBA) 경력을 가진 미국 출신 브랜든굿윈(30)를 비롯한 귀환선수들이 합류하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굿윈은 한국과의 1차 평가전은 결장했으나 이날은 23점으로 활약했다. 안준호 감독은 "평가전을 모두 이긴 것은 기쁘지만 방심하지 않겠다. 우리도 카타르도 발톱을 다 드러내지 않았다.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경기력을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한국 농구는 침체기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2진이 나온 일본·중국에 밀려 역대 최악인 7위에 그쳤고, 지난해 파리올림픽 출전권도 따내지 못했다. 지난해 2월 '소방수 사령탑'으로 부임한 안준호 감독은 반등을 위해 과감히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팬들의 거센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기존 주축이자 인기 스타인 허웅(32)·허훈(30)·최준용(31·이상 KCC) 대신 이현중(25·일라와라)·여준석(23·시애틀대)·양준석(24·LG) 등 '젊은 피'를 중용했다.
안 감독의 결단은 통했다. 특히 이현중과 여준석은 이번 평가전을 통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안준호팀의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카타르를 상대로도 여준석(24점·5리바운드)과 이현중(21점·12리바운드·7어시스트)이 45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아시아 정상급 장신 센터와 귀화선수가 없는 안준호팀은 이날 이현중-여준석이 이끄는 외곽포에 힘 입어 카타를 압도했다. 한국은 이날 14개의 3점슛(성공률 56%)을 터뜨렸다. 4쿼터 막판엔 가드 양준석이 띄워준 공을 여준석과 하윤기(26·KT)가 연거푸 앨리웁 덩크로 연결하며 경기장을 메운 팬들을 열광시켰다.
안 감독은 "이현중과 여준석이 대표팀에 동시 승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남은 기간 조직력을 더 정비해서 국제무대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빅맨이 없는 게 아쉬운 현실이지만, 가진 에너지를 모두 모아 상대방과 맞붙겠다. 아시아컵 '죽음의 조'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서 한국 농구의 전설을 쓰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여준석도 "한 번도 지려고 대회에 나간 적 없다. (이)현중이 형과 호흡은 더 좋아질 것이다. 목표는 승리하는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은 이번 평가전 이후 12명의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고 다음 달 6일 호주와의 1차전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