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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의 마켓 나우] 주식시장에서 변하는 것, 변하지 않는 것

중앙일보

2025.07.20 08:08 2025.07.20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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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모든 주식에는 기업이 붙어 있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남긴 말이다. “주식시장이 아니라 주식의 시장이다”라는 월가의 격언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할 만하다. 모든 주식의 기초자산이 ‘기업’임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우리는 기업 자체보다는, 금융상품화된 주가지수의 등락을 맞추는 데 올인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시장 흐름의 분석과 예측은 꼭 필요하다. 다만 지나고 나서 보면, 시대정신에 부합하며 세상을 바꾼 성장 기업을 찾아 뚝심 있게 투자하는 게 투자수익에 훨씬 중요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미스터 마켓’은 단기로는 난폭 운전을 일삼지만 훌륭한 성장 기업만큼은 늘 존중해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김지윤 기자
수년 전, 4차 산업혁명의 큰 흐름을 제대로 읽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서비스, 고대역폭 반도체, 그에 따른 전력 수요까지 간파했다면 변화무쌍했던 증시환경 속에서도 우리의 주식계좌는 두둑해져 있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각국의 국방비 지출 증가나 가파른 세계인구 고령화 속에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에 주목했다면 시대를 대표하는 굵직한 관련주들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AI 혁명은 엔비디아가 아니더라도 일어났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지정학적 불안은 심화됐을 것이다. 비만 치료제나 바이오 신약이 없었더라도 다른 혁신 신약이 그 자리를 메웠을 것이다.

이렇듯 시장은 결국 시대적 성장 산업, 즉 마땅히 수요가 폭등할 수밖에 없는 산업에 돈(자본)을 몰아준다. 집단지성이 작동하는 시장은 이를 주가에 정확히 반영하고 때로는 거품까지 형성한다. 수많은 투자자가 주가지수가 오를지 빠질지를 연연하는 동안, 이들 주도주들은 단기 조정을 극복하고 주가 저점을 유유히 높여왔다.

세상의 조류, 기술의 발전 방향, 소비의 큰 물결 자체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물론 그 안의 세부 주도주는 변화무쌍할 것이다. 예컨대 AI·로봇·전력기기·방위산업·제약·바이오 같은 메인 메뉴는 그대로겠지만, 매년 ‘올해의 인기 서브 메뉴’는 계속 바뀔 수 있다. 주식시장의 셰프는 매우 창의적이어서 그때그때 새롭고 신선한 재료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색다른 요리를 만드는데 선수다.

따라서 우리가 갖춰야 할 투자의 자세는 세상의 변화를 크고 멀리 보는 것이다. 아울러 공을 들여야 할 진짜 투자전략은 경기순환 자체보다는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에서 나오는 주도주에 집중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이미 만개한 기업보다는 미스터 마켓이라는 천재 셰프가 앞으로 선보일 창의적인 요리를 우리도 모든 상상력을 총동원해 함께 찾아 나가는 일일 것이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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