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에서는 뒤졌지만, 피지컬(physical) 쪽으로는 승산 있다.’ 국내 AI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우리 강점인 제조업에서 AI 기술을 꽃 피워야 한다는 얘기다. 베이징의 피지컬 AI 회사인 AI2로보틱스(智平方)를 방문한 이유다.
정돈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로봇은 사무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고, 피곤함에 찌든 직원은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이 회사는 그러나 중국 AI 업계에서 꽤 주목받는 벤처다. 선전(深圳)에서 가장 뛰어난 8개 AI 회사를 일컫는 ‘선전 8대 다이아몬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표 상품은 ‘알파봇(AlphaBot)’ 시리즈. 시각과 언어로 공간 정보를 파악해 전방위로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자동차·반도체 등 제조 공장에 배치되기 시작했다는 게 이 회사 설명이다. 자체 개발한 로봇 두뇌인 ‘알파브레인(AlphaBrain)’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베이징, 선전 등 두 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베이징 본부는 궈옌둥(郭彦東) CEO의 ‘사람 욕심’을 채워주는 곳. 그는 칭화대 펀드 등으로부터 받은 초기 투자 자금을 인재 모으는 데 썼다. MS(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는 해외 전문가를 불렀고, 칭화대·베이징대 출신 고급 인재를 흡수했다. 지난 1월에는 베이징대와 함께 ‘피지컬 AI 연구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금도 베이징대 석박사급 학생들이 같은 사무실에서 협업한다.
선전에서는 응용력을 키운다. AI2로보틱스는 선전 현지 기업과의 스킨십을 늘려가며 현장에 투입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시 정부의 도움도 크다. 선전시는 AI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100여 프로젝트에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는 등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성공할 수 있을까? 초기 시장 반응은 좋다. 이 회사는 자동차, 반도체, 공항 등의 분야에서 여러 회사와 협력 계약을 맺고 로봇을 훈련시키고 있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투자 모집에서 수백억원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그 자금은 다시 인재를 모으고, 기술을 업그레드하고, 신제품을 개발하는 동력이다.
완벽하지는 않다. 알파봇 속도는 개선의 여지가 많고, 이동 반경에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똑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재·기술·자본·시장, 여기에 정부 지원에 이르는 AI 생태계가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알파봇은 그 생태계의 영양분을 먹으며 쑥쑥 자라고 있다. 한국 피지컬 AI의 성공 조건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