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일대 정신의학과 나종호(42) 조교수는 “우리나라는 지금
‘정신과 전성시대’”라고 말합니다. 정신과 의사 셀럽이 넘쳐나고, 정신과 의사의 사회적 영향력이 비대하게 커진 사회라는 의미죠.
나 교수는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한국에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말도 덧붙였습니다. “제 SNS에 이런 악플이 달렸더라고요. ‘자살률 낮추면 너의 영향력은 낮아질 거’라고. 그런데 전 좀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 말이 전혀 의미가 없을 정도로 건강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자살로 사망한 사람, 1만4439명. 하루에 약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 질문을 했죠.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리 높나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지난 3년간 자살 예방에 나선 나 교수는 지금 한국의 자살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직까지 정책은커녕 인식 바꾸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가까운 친구가 묻더라고요. 자살하려는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꼭 살려야 하냐고요. 그래도 살고 싶은 사람을 살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이에 나 교수는 “진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오히려 살고 싶다는 도움의 요청이란 의미죠. 그렇기 때문에 요청에 응답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 왜 한국은 자살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 왜 자살하면 안 되죠?
📌 고인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죠?
📌 “사실 저도 자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요”
✅ 왜 한국은 자살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Q : 한국에서 사는 게 왜 이리 팍팍하고 힘들까요?
뉴욕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뉴욕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라는 거죠. 그런데 제가 봤을 때 ‘끝판왕’은 한국 같아요. 예일대만 봐도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뭐든 잘해요.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거든요. 최선을 다해 일하고 공부하는 게 한국인의 ‘기본값’이 된 것 같아요. 되게 빠른 러닝머신 위에서 내리지 못하고 계속 뛰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Q : “나 빼고 다 잘사는 것 같다”는 마음도 들어요.
남들에게 완벽하게 보이고 싶어 해요. SNS를 봐도 다들 멋지고 잘사는 모습뿐이고요. 서로 비교하고 평가하기 바쁘죠. 그러니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약점 잡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힘들다는 말은 더 못하게 되고요.
Q : 교수님도 그런 적 있나요?
그럼요. 지금에야 ‘예일대 정신과 의사’라는 직함을 달고 TV에 출연하며 꽤 괜찮은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저도 나약한 사람이에요. 정신과 의사라고 별반 다를 거 없습니다.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시절엔 불안장애 증세가 정말 심했거든요. 발표하다 입술이 떨리거나 얼굴이 빨개지는 건 다반사였고요. 수업 중 질문을 받으면 머리가 새하얘져서 아무 말 못 하고 가만히 서 있기도 했어요. 일상적으로 불안과 우울에 시달렸으니 전문가 도움이 필요했는데, 그때 정신과를 못 갔어요. 남들 시선 신경 쓰느라 제대로 도움 요청을 못 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