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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살하면 안 되는 거죠?” 예일대 의사 답, 뜻밖이었다

중앙일보

2025.07.20 13:00 2025.07.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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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일대 정신의학과 나종호(42) 조교수는 “우리나라는 지금 ‘정신과 전성시대’”라고 말합니다. 정신과 의사 셀럽이 넘쳐나고, 정신과 의사의 사회적 영향력이 비대하게 커진 사회라는 의미죠.

나 교수는 “이건 좋은 징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한국에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말도 덧붙였습니다. “제 SNS에 이런 악플이 달렸더라고요. ‘자살률 낮추면 너의 영향력은 낮아질 거’라고. 그런데 전 좀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 말이 전혀 의미가 없을 정도로 건강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학창 시절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겪으며, 정신과 의사의 길이 맞는지 고민했다는 예일대 나종호 교수. 그래도 “가장 마음이 가는 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고 했다. 책, 강연, SNS,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살 예방에 앞장선 그는 본인의 경험담을 담아 에세이『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다산북스)을 펴냈다. 김경록 기자

지난해 자살로 사망한 사람, 1만4439명. 하루에 약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 질문을 했죠. “우리나라 자살률이 왜 이리 높나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지난 3년간 자살 예방에 나선 나 교수는 지금 한국의 자살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직까지 정책은커녕 인식 바꾸기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가까운 친구가 묻더라고요. 자살하려는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꼭 살려야 하냐고요. 그래도 살고 싶은 사람을 살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이에 나 교수는 “진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오히려 살고 싶다는 도움의 요청이란 의미죠. 그렇기 때문에 요청에 응답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 왜 한국은 자살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 왜 자살하면 안 되죠?
📌 고인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죠?
📌 “사실 저도 자살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요”

✅ 왜 한국은 자살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Q : 한국에서 사는 게 왜 이리 팍팍하고 힘들까요?
뉴욕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뉴욕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 그만큼 경쟁이 심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도시라는 거죠. 그런데 제가 봤을 때 ‘끝판왕’은 한국 같아요. 예일대만 봐도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 뭐든 잘해요.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거든요. 최선을 다해 일하고 공부하는 게 한국인의 ‘기본값’이 된 것 같아요. 되게 빠른 러닝머신 위에서 내리지 못하고 계속 뛰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Q : “나 빼고 다 잘사는 것 같다”는 마음도 들어요.
남들에게 완벽하게 보이고 싶어 해요. SNS를 봐도 다들 멋지고 잘사는 모습뿐이고요. 서로 비교하고 평가하기 바쁘죠. 그러니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약점 잡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힘들다는 말은 더 못하게 되고요.


Q : 교수님도 그런 적 있나요?
그럼요. 지금에야 ‘예일대 정신과 의사’라는 직함을 달고 TV에 출연하며 꽤 괜찮은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저도 나약한 사람이에요. 정신과 의사라고 별반 다를 거 없습니다.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시절엔 불안장애 증세가 정말 심했거든요. 발표하다 입술이 떨리거나 얼굴이 빨개지는 건 다반사였고요. 수업 중 질문을 받으면 머리가 새하얘져서 아무 말 못 하고 가만히 서 있기도 했어요. 일상적으로 불안과 우울에 시달렸으니 전문가 도움이 필요했는데, 그때 정신과를 못 갔어요. 남들 시선 신경 쓰느라 제대로 도움 요청을 못 한 거죠.

(계속)
나 교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자살하면 안될까요? 자살을 막을 ‘골든타임’은 얼마나 될까요? 자살 유가족은 어떻게 대해야 하고, 한국의 높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인터뷰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이어집니다.
☞“왜 자살하면 안 되는 거죠?” 예일대 의사 답, 뜻밖이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0542


선희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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