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당뇨 환자 절반 넘게 지방간 동반 통합 관리 가능한 병용요법 주목 심혈관·신장 등 동반 질환도 경계 복부비만 관리하고 정기 검진해야
600만 명. 국내 당뇨병 환자를 가리키는 숫자다. 특히 비만 인구가 늘면서 제2형 당뇨병은 점점 더 흔한 질환이 되고 있다. 많은 환자가 혈당 수치만 낮추면 된다고 여기지만,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문제가 뒤따른다. ‘대사이상 지방간 질환(MASLD)’이 대표적이다.
당뇨 환자 절반 이상이 MASLD를 함께 겪는다.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어 모른 채 지나가 병을 키운다. 방치하면 간경변과 간암은 물론 심혈관·신장 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이승환 교수는 “당뇨병은 전신 대사 질환이기 때문에 단순한 혈당 조절만으로는 관리가 부족하다”며 “간과 심장·신장까지 함께 고려한 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 : MASLD란 용어가 좀 낯선데, 어떤 질환인가.
A : “지방간이면서 대사 장애를 동반한 상태다. 과거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으로 불렸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낀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었다. 실제 원인은 비만,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이상이다. 최근 전 세계 간학계가 MASLD로 이름을 바꿔가고 있다. 대한간학회도 이를 공식 용어로 채택했다.”
MASLD는 별다른 이상 신호를 나타내지 않는다. 뚜렷한 증상이 없다.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살짝 오르거나 복부 초음파에서 우연히 발견되기 전까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당뇨병 자체만으로도 관리가 벅찬 게 현실이라 MASLD는 간과되기 쉽다.
Q : 당뇨병과는 어떻게 연결되나.
A :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 체중이 늘면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져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고 간에도 지방이 잘 쌓인다. 시간이 지나면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돼 결국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위험도 함께 올라간다. MASLD가 있는 당뇨 환자는 간암 발생 위험이 4~5배, 심혈관 사망 위험은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Q : 비만이 가장 큰 문제인 건가.
A : “국내에선 마른 당뇨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당뇨 환자 4명 중 3명이 이미 과체중 이상이다. 비만형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복부 비만, 이상지질혈증이 함께 있으면 MASLD 위험은 더 커진다. 일반인의 유병률은 30% 안팎이지만, 당뇨 환자에게선 50~70%까지 올라간다.”
최신 당뇨병 치료는 혈당만 낮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대한당뇨병학회 치료 가이드라인에선 혈당 조절뿐 아니라 MASLD, 심혈관 질환까지 고려한 약제 선택을 권고한다. 통상 당뇨병 1차 치료제인 메트포르민 하나로 시작해 효과가 없으면 약을 단계적으로 늘렸다. 이랬던 치료 전략은 점차 바뀌고 있다. 처음부터 작용 기전이 다른 약을 함께 써서 부작용은 덜고 효과를 높이는 방식을 따른다. 당뇨병 치료의 통합적 접근과 병용요법의 이점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Q : 어떤 약제 조합이 권고되나.
A : “대표적인 조합이 SGLT-2 억제제와 TZD 계열이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줄여 소변 배출을 늘리고 체중은 줄이는 역할을 한다. TZD는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고 췌장을 보호한다. 국내에선 SGLT-2 억제제 계열의 다파글리플로진 성분과 TZD 제제인 피오글리타존을 결합한 개량 신약이 2023년 급여화됐다. 당뇨병(T2DM)과 MASLD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적절한 치료 옵션이다.”
Q : 서로 다른 약제가 시너지를 내는 건가.
A : “SGLT-2 억제제는 요로감염, TZD는 체중 증가 우려가 있다. 그런데 두 가지를 같이 쓰면 단점이 상쇄된다. TZD의 부작용 가능성이 SGLT-2 억제제의 체중 감소 효과로 보완되는 식이다. 두 약제 조합은 ‘혈당 강하 효과’라는 공통점을 비롯해 지방간을 개선하고 심혈관 사망 위험을 낮추는 이점이 있다. 약이 하나로 묶이면 복약 순응도가 높아져 관리도 수월해진다.”
Q : 실제 임상 현장에선 어떤가.
A : “중년 남성 중에는 복부 비만이 심한 당뇨 환자가 많다. 대부분 술을 즐기고 운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복합제는 특히 이런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 선택지가 된다. SGLT-2 억제제와 TZD를 병용했을 때 간 수치가 개선되고 초음파에서도 지방간이 줄어드는 모습을 자주 본다. 체중도 일부 감소한다.”
Q : 약만큼 중요한 것이 생활습관이다.
A : “MASLD와 당뇨병 모두 체중 관리가 필수다. 과체중과 비만이 심할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악화돼 간과 췌장, 혈관 손상이 빨라진다. 젊을수록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MASLD 진행과 당뇨병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음주는 가능하면 끊고, 피하기 어렵다면 한두 잔 이내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Q : 결국 핵심은 조기 관리인 건가.
A : “MASLD는 지방간 단계에선 되돌릴 수 있다. 진단 초기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진행한다. 증상이 없다고 방심하지 말고, 정기 검진과 조기 치료로 합병증을 막아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가 조금이라도 높거나 복부 비만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