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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여행의 관문=공항’ 공식 벗어나는 공항의 다채로운 변신

중앙일보

2025.07.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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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여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곳으로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기대감을 또 다른 이에게는 집으로 돌아오는 귀환의 공간으로 인식돼요.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공항은 한국의 첫인상이자 마지막으로 기억되죠. 이렇듯 공항은 단순한 비행장 이상을 넘어 경제부터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곳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어요. 이에 여름방학과 휴가를 맞아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인천국제공항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세계 곳곳의 다양한 공항 등 공항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3주에 걸쳐 연재합니다.

① ‘여행의 관문=공항’ 공식 벗어나는 공항의 다채로운 변신
② 공연·전시 보고 밥 먹고 잠도 자고…이곳은 ‘여행지’ 공항입니다
③ 사람·항공기 모두를 위해 AI·로봇 등 첨단기술과 만난 공항

공항의 역할과 다양한 기능을 살펴보기 위해 인천시 중구 운서동에 있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방문한 소중 학생기자단.
과거 공항의 이미지는 여행을 위해 들리는 장소 혹은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었죠. 그러나 최근에는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그 의미가 바뀌고 있어요. 단순히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곳이 아니라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이자 여행의 목적지로 진화하고 있다는 거죠. 그 대표적인 예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과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인데요. 이들 공항은 쇼핑센터와 자연 친화적 볼거리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해 방문객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사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우리나라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도 전시·공연 등 이용객에게 다양한 콘텐트 제공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공항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어요. 이런 노력으로 2001년 개항 이후 인천공항은 해마다 선정하는 '세계 100대 공항 순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명성을 쌓아가고 있죠.

항공전문 컨설팅사인 영국 스카이트랙스(Skytrax)는 해마다 전 세계 575개 공항을 대상으로 탑승 수속, 환승, 라운지, 기내식, 기내 서비스, 기내 용품 등 공항 및 항공 서비스 전반을 포함해 평가하는데, 2025년 세계 공항 순위에서 인천국제공항은 4위를 차지했어요. 이용객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죠. 국제공항협의회(ACI)의 '2024 세계 공항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인천공항 국제선 여객 실적은 7066만9246명을 기록하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공항(9233만1506명)과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7919만4330명)에 이어 세계 3위를 달성했습니다. 이용객뿐만 아니라 국제선 화물 실적도 증가세죠. 2024년 국제선 화물실적은 290만6067t으로 2023년(270만6943t) 대비 7.4% 증가하며 홍콩공항·상하이공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어요. 이처럼 인천공항은 공항 인프라와 여객·화물 등 전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공항으로 도약한 것은 물론 지리적 이점을 살려 다양한 항공 노선을 연결하는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에 설치된 거대한 미디어 아트는 공항을 찾은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며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설명하는 김형전(왼쪽) 해설사.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한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성수기(7월 25일∼8월 11일) 동안 385만 명이 인천공항을 찾았습니다. 일평균 기준 21만3782명으로 2023년 여름 성수기(17만8997명)보다 19.4% 증가했죠. 또 이 기간에 하루 출발·도착 포함해 약 1048편의 항공기가 운항했고요. 이렇듯 해가 갈수록 인천공항을 찾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2018년 1월 제2여객터미널 일부를 열어 혼잡도를 완화했습니다. 처음부터 터미널을 2개 만들었으면 더 편리하고 좋았겠지만, 공항 공사비용이 워낙 많이 들기 때문에 한꺼번에 시설을 다 짓기는 어렵다고 해요. 그래서 순차적으로 필요한 만큼 건설한 결과 제1여객터미널(TI)은 2001년, 탑승동(CA)은 2008년, 제2여객터미널(T2)은 2018년 개항하게 됐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가장 최근에 문 연 제2여객터미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공항의 다양한 기능을 알아봤습니다. 3층 출국장에서 고가람·박서현·이현우 학생기자를 만난 김형전 해설사는 "제2여객터미널은 크게 출국 수속을 밟는 3층 출국장과 2층 정부행정센터 그리고 지하 1층 교통센터로 나뉘어 있어요"라면서 차례대로 둘러보자고 제안했죠.

"인천국제공항 건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뭔가요?" 가람 학생기자의 질문에 김 해설사는 "인천공항이 없던 시절에는 김포공항이 우리나라 관문 역할을 했는데, 다른 나라처럼 수도인 서울이 점점 넓어지고 이로 인해 항공기 운항이 많아지자 당시 김포공항 주변 소음 문제가 심각해졌어요. 운항 횟수와 여객 수가 늘어도 시설을 확장할 공간이 없었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혼잡해졌고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신공항 건설 논의가 이뤄진 거예요"라고 과정을 설명했어요.

인천국제공항은 24시간 운영되지만, 소음 문제로 인해 야간 시간대(밤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에는 일부 운항이 제한되는 커퓨 타임으로 비행기 이착륙이 제한된다. 사진은 늦은 밤 활주로 전경.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인천 영종도로 낙점하고 근처 용유도·삼목도·신불도 등 4개 섬을 이어 바다를 메운 다음 그 위에 공항을 지었습니다. 터미널·활주로와 같은 거대한 시설이 들어서기 때문에 넓고 튼튼한 부지를 조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첫 단추였죠.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를 연결한 후 그곳에 엄청난 양의 흙과 암석을 채워 땅을 만들었는데, 흙만 부으면 각종 시설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워 땅속 공기를 빼내고 누르면서 땅을 단단하게 만드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고 해요. 이렇게 만든 땅의 넓이는 축구장 약 7800여 개(1700만 평) 크기였죠. 9년에 걸친 공사 기간 사업비 5조6323억원을 투입해 2001년 3월 정식 개항한 인천공항의 첫 이륙 항공편은 오전 6시 30분 대한항공 KE503편 밀라노행 화물기였어요. 첫 여객기 출발 편은 오전 8시 30분 인천발 필리핀 마닐라행 대한항공 KE621편이었고, 오전 5시 태국 방콕(돈므앙)발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OZ3423편이 첫 도착 항공편으로 기록됐죠.

"개항 이후 성공적인 운용을 이어나갔지만, 인천공항은 또다시 고민에 휩싸였죠. 어떤 고민이었을까요?" 김 해설사 질문에 서현 학생기자가 "사람도 비행도 많아져서 인천공항도 부족해졌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죠. "맞아요. 김포공항 대안으로 인천공항을 지었지만, 이곳도 항공기와 승객이 증가하면서 확장공사를 두 차례나 진행했어요. 개항 이후 2단계(2002~2008년) 건설공사를 통해 활주로를 추가하고 화물터미널과 탑승동을 건설하는 등 세계 허브공항 수준의 시설에 집중했죠. 이어 3단계(2009~2017년) 건설공사 때는 제2여객터미널과 철도·도로 등 접근 교통 시스템 완공에 주력했고요. 워낙 큰 건물이라 2번에 나눠 지은 제2여객터미널은 지난해 12월 마침내 확장한 지역을 모두 오픈했죠." 인천공항은 제2여객터미널을 확장함으로써 연간 여객 처리 능력을 7700만 명에서 1억600만 명으로 늘리고 국제 여객 5000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터미널을 두 개 보유한 세계 최초의 공항으로 발돋움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증가한 이용객·항공기를 수용하기 위해 2009년 제2여객터미널 공사에 착수해 2018년 일부를 개항했으며 지난해 터미널 모든 곳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2024년 완공한 제2여객터미널은 제1여객터미널보다 한참 뒤에 건설돼 그동안 불편했던 점을 보완하고 최신 기술을 많이 적용한 것으로 전해져요. 수속을 마친 여객들은 지하로 내려가 셔틀트레인(TI-CA-T2를 연결하는 인천공항 무인 지하철)을 이용해 해당 항공편 게이트를 찾아 다른 건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개선됐죠. 공항철도에도 제1여객터미널역·제2여객터미널역이 각각 개통돼 지하철로도 이동 가능해졌고요. 제1여객터미널은 버스를 타기 위해 건물 밖에서 기다렸지만, 제2여객터미널은 버스터미널을 건물 지하에 만들어 더 쾌적하게 대중교통을 기다릴 수 있게 됐습니다.

제2여객터미널의 높은 천장을 가리킨 김 해설사는 "제2여객터미널은 채광을 극대화했고, 공기 흐름을 고려해 설계한 덕에 사람이 붐벼도 쾌적하고 덥지 않은 게 특징이에요. 또 여행의 경험과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조형물은 물론 클래식 등 여러 공연도 주기적으로 열죠"라며 3층 출국장 입구에 설치된 거대한 미디어 아트를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소개했어요. 특히 제2여객터미널은 '아트 포트(Art Port)'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데, 1층 입국장에 설치돼 비행기 탑승객뿐 아니라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대형 미디어도 이 프로젝트 일환으로 꼽혀요. 이 미디어 아트로 각 국가에서 오는 비행기 위치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죠. 이렇듯 인천공항은 단순한 이동 공간을 넘어 문화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죠.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은 취항 항공사도 달라요. 제1여객터미널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에어서울·제주항공을 비롯해 외국 항공사 등 대형 항공사들과 기타 저비용항공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반면 제2여객터미널은 대한항공·에어프랑스·델타항공 등 스카이팀(SkyTeam·2000년 설립된 글로벌 항공동맹) 소속 항공사들이 사용하죠. 김 해설사와 소중 학생기자단은 3층 출국장 여객터미널을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어요. 승객이 항공기에 타거나 내리며 거치는 공간인 여객터미널에 들어서자 비행 편과 수속 카운터, 탑승시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출국 안내 전광판이 시선을 사로잡았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방문한 박서현·고가람·이현우(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여행을 앞둔 설렘을 표현했다.

"전광판을 보면 비행기 편명이 적혀있는데, 이름은 어떻게 조합한 거예요?" 서현 학생기자 질문에 김 해설사는 "비행기 편명은 항공사가 항공편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영문자와 숫자를 조합한 거예요. 일반적으로 항공사 코드와 노선 그리고 운항 정보를 나타내는 숫자를 더해 만들죠. KE는 대한항공, OZ는 아시아나고 영문 뒤에 나오는 숫자도 항공사별로 정해진 규칙에 따라 매겨져요. 예를 들어 대한항공 정기노선의 숫자는 세 자리로 첫 번째 숫자가 9인 경우 유럽, 0은 미주, 6은 동남아, 7은 일본을 오가는 항공기로 편명을 보고 어느 항공사고 어디로 가는지 등을 대략 유추할 수 있답니다"라고 말했어요.

전광판 바로 뒤로 돌아간 김 해설사는 탑승 수속 카운터를 가리키며 "공항의 핵심 시설 중 하나로, 각 항공사는 자체 전산시스템을 기반으로 여객들의 좌석을 배정하고 출국과 도착지 공항의 입국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처리합니다"라고 설명했죠. 카운터를 둘러보던 현우 학생기자가 '셀프체크인' 기계에 관해 묻자, 김 해설사는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세계 각 공항에도 승객이 직접 스마트폰이나 공항 키오스크를 이용해 탑승 수속을 처리하는 셀프체크인 기계를 많이 설치하고 있어요"라고 했죠. 이를 통해 대기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출국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데, 특히 위탁 수하물이 없는 경우 보안 검색부터 항공기 탑승까지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용 방법도 어렵지 않아요. 항공사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앱에서 체크인 후 모바일 탑승권을 발급받은 뒤 공항에 있는 항공사 키오스크를 통해 실제 탑승권을 받으면 돼요.
제2여객터미널 4층 전망대에는 비행기 조종실 일부를 재현해 놓은 체험형 전시가 있다. 이현우 학생기자가 비행기 조종석에 앉아 여러 기능을 살펴봤다.
김 해설사는 "인천공항 앱이나 네이버 '인천공항 혼잡도'를 참고하면 현재 시점에서 가장 덜 붐비는 출국장 정보를 받을 수 있어요"라면서 공항 이용 팁을 알려줬죠. “출국장별 시간당 승객수를 포함한 출국장 예상 혼잡도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돼 출국장에서부터 보안검색대까지 실시간 대기인원 및 시간대별 예상 승객수를 터미널별로 살펴볼 수 있죠.” 이어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늦게 출발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어요. “기상 악화나 정비 문제가 가장 일반적인 이유인데, 커피머신 고장으로 늦어질 때도 있어요. 급하게 고치거나 교체하다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고 객실 청소가 늦어지면서 출발이 미뤄질 때도 있죠.”
동행취재=고가람(서울 송화초 4)·박서현(인천 중산초 5)·이현우(인천 중산초 4)
하늘로 출발~ '별별 공항'을 소개합니다
최고 엔터테인먼트 공항: 창이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은 정확한 항공 스케줄 운영, 깨끗한 시설 등 여러 부분에서 이용객 만족도가 높아 해마다 실시하는 '세계 최고 공항' 순위에서 1위를 놓치지 않는 허브공항이자 엔터테인먼트 공항으로 알려졌어요. 2019년 개장한 ‘쥬얼 창이(Jewel Changi)’가 대표적인데, 세계 최대 실내 폭포인 주얼 레인 보텍스를 중심으로 쇼핑몰·정원 등이 들어선 복합 문화공간은 이용객들에게 여행의 즐거움과 추억을 선사하죠.
창이국제공항.

세계 최초의 공항: 칼리지 파크 공항
세계 최초의 공항은 1909년 8월 라이트형제가 미국 공군장교들의 비행훈련을 위해 건설한 ‘칼리지 파크 공항’입니다. 1911년 12월 초부터는 민간 항공기도 운항을 시작했으며 1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운용하고 있어요. 칼리지 파크 공항은 단순한 공항을 넘어, 항공 역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곳으로 평가받고 있죠.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
제일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공항: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
국제공항협의회에 따르면 국내선·국제선 이용객 수를 모두 합친 전체 이용객 수 분야에서는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이 뽑혔어요. 지난해 1억8007만 명의 이용객을 기록해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으로 선정됐죠. 이 공항은 2019년과 2023년에도 제일 많은 승객이 이용한 공항으로 뽑히는 등 세계의 허브공항으로 유명해요.




이보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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