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대학교(총장 장광수) HK+사업단(단장 곽문석)은 『17~18세기 프랑스 예수회 신부들의 역경(易經) 이해: 성경으로 역경을 해석하다(상·하권)』(동문연)를 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책은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초까지 중국에 파견된 프랑스 예수회 신부들의 독창적인 『역경(易經)』 해석 전통을 조명한 국내 최초의 본격 연구 번역서이다.
이번 번역서는 특히 프랑스 예수회 선교사 조아킴 부베(Joachim Bouvet, 白晋, 1656–1730)를 중심으로 한 ‘색은주의(Figurism)’ 전통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프랑스 루이 14세가 파견한 사절단의 일원으로 1685년 중국에 도착해 수학과 천문학, 의학 등 서양 지식을 가르치며 ‘서학동점(西學東漸)’의 선구자 역할을 수행한 부베는 『역경』과 『성경』의 유사성과 상호 보완 가능성에 주목하는 ‘색은주의(Figurism)’ 전통에 근거해 동서고금의 종교와 철학을 연결하는 독자적인 해석의 길을 개척하였다.
부베의 제자인 푸케(Jean François Foucquet, 傅聖澤, 1665-1741)와 프레마르(Joseph de Prémare, 馬若瑟, 1666-1736 ) 등도 이러한 ‘색은주의’ 전통을 계승하며, 유교 경전을 천주교 신학 안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를 지속하였다.
이들은 『역경』의 상수(象數) 체계를 성경적 구원 역사와 연결하고자 하였으며, 이러한 해석은 단순한 문화 번역을 넘어 문명 간 사유 체계의 대화를 가능케 했다.
이번 한국어 번역은 2019년 북경시 제15회 철학사회과학 우수성과상 2등상을 수상한 바 있는 진흔우(陳欣雨) 교수의 역작 『백진역학사상연구: 바티칸 도서관 소장 역학자료를 바탕으로』(白晋易學思想硏究: 以梵岡圖書館見存中文易學資料爲基礎)』(人民出版社, 2017)를 바탕으로 했다.
번역에는 김보름 교수(HK+ 연구교수), 최정섭 교수(HK+ 연구교수), 방 인 교수(경북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등효정 교수(중국 광동백운대학교 교수)가 참여해 원전의 난해한 고문과 예수회 신학 용어를 충실히 반영하고, 중국 고전과 기독교 문헌의 상호 해석을 위한 의미망을 정교하게 되살렸다.
이번 출간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21세기 한국 학계에서 17–18세기 동서 문명 교류사, 특히 종교철학의 접점에서 이루어진 창조적 사유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유교 문화와 기독교 전통이 함께 존재하는 한국사회의 맥락 속에서 이 책은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