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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천황이 다스리는…” 전세계 우익, 고물가와 이민물결 탔다

중앙일보

2025.07.21 00:09 2025.07.2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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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일본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 대표(왼쪽)가 지난 2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14일 에히메현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가미야 소헤이 X(옛 트위터) 캡처
“일본은 천황이 다스리시는 군민 일체(君民一體)의 국가다.”

20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우익 참정당이 내건 일본 헌법 개정 초안의 제 1조 1항이다. 참정당의 헌법 개정안은 이외에도 천황의 조칙 선포 권한, 총리 등 내각, 헌법과 법률에 대한 천황의 재가 권한을 규정했다. 반면 평등권은 삭제했다.

‘자국민 우선’, ‘반이민’, ‘국경 봉쇄’ 등의 구호를 앞세운 우익 정당들이 기존 주류 정치의 실패 지점을 파고들며 제도권 정치로 편입해 들어오고 있다. 14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한 참정당의 약진은 미국과 유럽에서 불던 우익 정당의 바람이 동아시아로 넘어온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 당 공동 대표 티노 크루팔라(맨왼쪽)와 옆엔 앨리스 바이델, 그리고 AfD 지역 대표 비요른 회케(맨오른쪽)가 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총선의 첫 번째 출구조사 후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은 지난해부터 우익 열풍이 휩쓸고 있다. 독일에선 ‘독일대안당(AfD)’이 지난 2월 총선에서 20.8%를 득표하며 제 2당에 올라섰다. 집권당이던 사회민주당(SPD)는 3당으로 내려앉는 충격적인 패배를 떠안았다. 알리스 바이델 독일대안당 대표는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익정당이란 비난을 일축하며 “우린 국가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은 이미 기성 정당에 안착한 사례다. 2012년 첫 총선에선 겨우 2석을 얻는데 그쳤지만, 가장 최근 치러진 지난해 7월 총선에선 143석을 차지했다. 세련된 프랑스어와 매너의 조르당 바르델라가 대표를 맡으며 ‘우익’에서 풍기던 아스팔트 이미지 역시 지운지 오래다.

창당 7년차의 신생정당인 영국개혁당은 지난 5월 지방선거·하원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지난달 여론조사 업체들이 ‘내일 총선이 실시되면 어느 정당 후보를 찍을 것인가’라는 설문을 했더니, 영국개혁당이 노동당과 보수당 등 기성 정당을 누르고 1당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런 기세에 일부 보수당 출신 중진 의원들은 잇따라 개혁당으로 당적을 옮기기도 했다.

이밖에 오스트리아,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에서도 우익 정당이 총선에서 제 1당이나 제1야당에 올랐다. 유럽연합(EU)에서도 각 나라 우익 정당들이 모인 정치그룹인 ‘정체성과 민주주의’(ID)가 세력권을 형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4월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동맹국과의)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라고 말하고 방위비 분담금의 인상도 강조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우익 열풍의 진앙지이자, 증폭지로 꼽히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마가)’는 각 나라 우익들이 변주하며 우파 정당의 공통 표어로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루스소셜에 “오늘날 미국은 세계 어디서나 가장 인기 있고, 가장 존경받는 나라가 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우익 열풍 배경엔 ‘경제·정체성 불안’


이들 정당은 ‘일본인 퍼스트’(일본 참정당), ‘반 이슬람’(독일대안당), ‘이민 단속’(영국 개혁당) 등 비슷한 정책이나 표어를 내걸고 있다. 고물가, 임금 정체, 주거 불안 등 경제적 요인과 이민자 유입에 따른 정체성 불안이란 공통된 배경을 등에 업고 탄생한 정당들이기 때문이다. “경제 불안 속에서 주민들의 불만을 결집한 메시지”(로이터)라는 것이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영국개혁당 대표 나이젤 패리지가 영국 스태포드 쇼그라운드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당 후보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우익의 급부상이 “반엘리트 정서의 확장”이자 “기존 주류 정치의 실패에 대한 유권자의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영국 정치평론가 데이비드 굿하트는 더타임즈에 “기존 엘리트 중심의 정치가 지역 기반 중산층을 소외시켰다”며 “좌파의 복지정책과 우파의 국경·이민 통제를 결합한 포스트리버럴(post-liberal)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동자 계층의 경제적 불안과 이민 문제, 주류 정치에 대한 실망이 우경화를 촉발했다”고 했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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