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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추·인도 양파…극한 날씨 휩쓸면 급등하는 식품 가격

연합뉴스

2025.07.2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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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통해 전 세계로 확산 "가격 폭등, 더 극단적으로 변할 것"
한국 배추·인도 양파…극한 날씨 휩쓸면 급등하는 식품 가격
무역 통해 전 세계로 확산
"가격 폭등, 더 극단적으로 변할 것"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지난해 사상 가장 무더운 여름을 넘긴 뒤 한국에서는 배춧값이 70% 올랐다. 같은 해 5월 폭염이 휩쓴 인도에서는 양파 가격이 2배 가까운 89% 치솟았다.
일본에선 작년 8월 폭염이 덮치자 바로 다음 달 쌀값이 48% 올랐고, 2022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가뭄이 강타한 후 애리조나산 채소 가격이 80% 뛰었다.
또 지난해 유럽에서는 올리브 오일 가격이 50% 상승했다. 2022년과 2023년 장기 가뭄이 스페인 남부를 덮친 여파였다.
영국 감자부터 인도 양파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기후가 전 세계적으로 식료품 가격의 단기적 급등을 몰고 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의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환경의 충격에 대한 식량 공급체계의 취약성이 점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높은 기온이 장기적으로 식품 가격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몰고 온다는 연구는 종전에도 많았지만, 이 연구는 특정 품목의 경우 훨씬 더 가파른 단기 가격 급등을 겪는다는 점을 조명했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맥시밀리언 코츠는 이런 가격 급등의 배후에 있는 많은 기상 현상이 역사적으로 볼 때 전례 없는 것이라며, 기온이 안정적인 기후에서 기대했을 법한 범위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고 말했다.
논문에 따르면 식품 가격의 급등은 극한 기후가 발생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나타나기도 했다.

코츠는 "식품 공급체계가 계속 이렇게 반응한다면 식품 가격 면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고, 아마도 더 극단적이고 더 예측 불가능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식품 가격 폭등의 여파는 국지적으로 그치지 않고 무역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로 번져나간다고 논문은 결론 내렸다.
예컨대 가뭄과 폭염이 세계 최대 코코아 수출국인 가나와 코트디부아르를 강타해 코코아 가격이 3배로 치솟자 영국에서 초콜릿의 가격이 급등했다.
시장의 투기와 나쁜 정책도 기후로 인한 식료품 가격 폭등에 기름을 붓는 요소라고 미국 텍사스대의 라지 파텔 교수는 지적했다.
2010년 무더위로 러시아에서 산불이 확산하며 밀 가격이 상승하자 당국은 수출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는 밀의 국제 시세를 고공행진하게 했고 아프리카 남동부 모잠비크에서 식량 폭동이 일어나는 데 일조했다.
식료품 가격의 급등은 경제적 불평등으로도 이어진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식품 가격이 오르면 가난한 가정이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먹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애나 테일러 영국 푸드파운데이션 사무국장은 식품 가격이 올라가면 과일과 야채 섭취가 특히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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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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