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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 흔든건 '인사 고집'…강선우 갑질, 李지지율 흔들다

중앙일보

2025.07.21 00:43 2025.07.2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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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경남 산청읍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 마련된 호우 피해 통합지원본부에서 피해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결정하자 오히려 후폭풍은 더 거세지고 있다. 보좌진 상대 ‘갑질’ 의혹에 이어 장관을 상대로도 예산권을 무기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가부 장관을 지낸 정영애 전 장관은 자신이 겪은 강 후보자 일화를 글로 써 20일 지인에게 공유했다. 글에서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가 본인의 지역구(서울 강서갑)에 성폭력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해바라기 센터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센터 설치를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를 확보해야 하는데, 정 전 장관이 강서갑에 있는 이대서울병원에 문의를 했지만, 확보가 어려웠다고 한다.

정 전 장관은 이 글에서 “그 내용을 강선우 의원에게 전달하니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했다”며 “결국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 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국회 회의록에도 강 후보자가 정 전 장관을 상대로 지역 민원을 압박하는 대목이 남아 있다. 2021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정 전 장관이 “(해바라기 센터 수는)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하자, 강 후보자는 “장관님, 장관님” 다그치며 “특정 권역에 해바라기센터가 없는데 준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국회 보좌진들이 모인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는 21일 “보좌진에게 무슨 패악질을 부려도 낙마 당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으니 앞으로 의원들이 얼마나 마음껏 화풀이하고 쓰레기통 취급하며 조질까”, “(갑질 의혹에도) 밀고 나간다는 건, 이제는 못 알아들으면 바보 아니겠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통화에서 “민주당 정권인 줄 알았는데, 친명계 의원과 측근만의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도 논평을 내고 강 후보자 강행에 대해 “대한민국 보좌진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국민적 분노를 깔아뭉개겠다는 기만적 선언”이라고 밝혔다.
2021년 10월 22일 정영애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강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고 부적절하다”며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제 식구 감싸기’로 비판받고,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직장 내 약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그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은 공직자로서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강 후보자 지명철회를 요청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당 비대위 회의에서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국민 상식과 맞서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라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CBS 라디오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 등 장관 후보자들에 결격 사유가 없다는 소관 상임위원회 의견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여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낙마시키고, 강 후보자는 그대로 가자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꾸준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최근 인사에 여론은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의 지난 14∼18일 여론조사(무선 자동응답 전화 설문)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62.2%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2.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하락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의 이유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논란 등을 꼽았다. 강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한 여론은 다음 조사에 반영된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밝힌 후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과거에도 새 정부 출범 초기의 ‘허니문 정국’의 종료 버튼은 여론의 반대가 컸던 인사의 임명 강행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기 내각 구성 당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낙마시키는 대신 음주운전 경력의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을 강행했다. 그 직후(2022년 7월 1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49%)가 긍정 평가(37%)를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가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논란이 있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명(2017년 7월 13일) 등을 강행했다. 한국갤럽 기준 80% 내외를 유지했던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은 2017년 7월 3주차 74%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 업체 메타보이스의 김봉신 부대표는 “강 후보자의 갑질 이슈는 20대에게 굉장히 민감한 이슈고, 지지층 분열도 부를 수 있다”며 “지지율 하방 압력은 커질 것이며 60% 선도 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당 수도권 의원은 “지금까지 이 대통령 인선은 기업인 출신을 중용한 데 대한 신뢰감, 그럼에도 요직엔 자신의 변호인을 앉혔다는 의구심이 혼재돼 있었다”며 “그런데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서 급격히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오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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