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결정하자 오히려 후폭풍은 더 거세지고 있다. 보좌진 상대 ‘갑질’ 의혹에 이어 장관을 상대로도 예산권을 무기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가부 장관을 지낸 정영애 전 장관은 자신이 겪은 강 후보자 일화를 글로 써 20일 지인에게 공유했다. 글에서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가 본인의 지역구(서울 강서갑)에 성폭력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해바라기 센터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센터 설치를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를 확보해야 하는데, 정 전 장관이 강서갑에 있는 이대서울병원에 문의를 했지만, 확보가 어려웠다고 한다.
정 전 장관은 이 글에서 “그 내용을 강선우 의원에게 전달하니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했다”며 “결국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 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국회 회의록에도 강 후보자가 정 전 장관을 상대로 지역 민원을 압박하는 대목이 남아 있다. 2021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정 전 장관이 “(해바라기 센터 수는)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하자, 강 후보자는 “장관님, 장관님” 다그치며 “특정 권역에 해바라기센터가 없는데 준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국회 보좌진들이 모인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는 21일 “보좌진에게 무슨 패악질을 부려도 낙마 당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으니 앞으로 의원들이 얼마나 마음껏 화풀이하고 쓰레기통 취급하며 조질까”, “(갑질 의혹에도) 밀고 나간다는 건, 이제는 못 알아들으면 바보 아니겠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통화에서 “민주당 정권인 줄 알았는데, 친명계 의원과 측근만의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도 논평을 내고 강 후보자 강행에 대해 “대한민국 보좌진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국민적 분노를 깔아뭉개겠다는 기만적 선언”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강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고 부적절하다”며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제 식구 감싸기’로 비판받고,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직장 내 약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그 사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은 공직자로서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강 후보자 지명철회를 요청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당 비대위 회의에서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국민 상식과 맞서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라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CBS 라디오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 등 장관 후보자들에 결격 사유가 없다는 소관 상임위원회 의견을 존중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여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낙마시키고, 강 후보자는 그대로 가자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꾸준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최근 인사에 여론은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의 지난 14∼18일 여론조사(무선 자동응답 전화 설문)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62.2%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2.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하락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리얼미터는 지지율 하락의 이유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논란 등을 꼽았다. 강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한 여론은 다음 조사에 반영된다.
과거에도 새 정부 출범 초기의 ‘허니문 정국’의 종료 버튼은 여론의 반대가 컸던 인사의 임명 강행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기 내각 구성 당시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낙마시키는 대신 음주운전 경력의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임명을 강행했다. 그 직후(2022년 7월 1주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49%)가 긍정 평가(37%)를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가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초기 논란이 있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명(2017년 7월 13일) 등을 강행했다. 한국갤럽 기준 80% 내외를 유지했던 문 전 대통령 지지율은 2017년 7월 3주차 74%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 업체 메타보이스의 김봉신 부대표는 “강 후보자의 갑질 이슈는 20대에게 굉장히 민감한 이슈고, 지지층 분열도 부를 수 있다”며 “지지율 하방 압력은 커질 것이며 60% 선도 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당 수도권 의원은 “지금까지 이 대통령 인선은 기업인 출신을 중용한 데 대한 신뢰감, 그럼에도 요직엔 자신의 변호인을 앉혔다는 의구심이 혼재돼 있었다”며 “그런데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면서 급격히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