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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찾았다" 집 나간 엄마…18년 뒤 시취로 돌아왔다

중앙일보

2024.09.26 13:00 2025.07.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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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더중플 -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
죽음 앞에선 모두 공평하다고 말하는 건 아무것도 들고 갈 수 없다는 얘기일 뿐이지, 죽는 그 순간의 모습은 전혀 공평하지 않습니다. 지켜 봐주는 이 없이 쓸쓸하게 떠나고 싶은 인간은 없습니다. “내 마지막을 고독하게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라고 유품정리사 김새별 작가는 말합니다.

이번에도 그는 씁쓸한 현장을 만났습니다. 시취로 돌아온 엄마는 무슨 사연일까요. 그날을 기록한 기사 전문을 무료로 공개합니다. 중앙일보 유료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 ‘어느 유품정리사의 기록’(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30)을 소개합니다.
젊은 여성의 의뢰였다.
반지하 빌라 현장엔 자매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나를 맞았다.


“안녕하세요. 청소업체입니다.”
“김새별 대표님이시죠. 예전부터 대표님 영상을 보고 알고 있었어요. 이렇게 뵙게 되네요.”

간혹 내 유튜브 채널 구독자분들을 현장에서 만날 때가 있다.
그들은 대부분 ‘내게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언니 쪽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전화드렸어요. 대표님 영상을 보면서 혹시 저한테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젊은 여성인데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니. 무슨 일일까.
무슨 사연일까 싶었지만 “상심이 크시죠” 정도로 일단 인사를 했다.
“그렇지도 않아요-.”
유족의 답변에 당황했다.

현장의 고인은 이들 자매의 어머니다.
아직 젊은 나이의 고독사다.
꽤 긴 사연이 시작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언니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엄마는 저희 어릴 때 집을 나갔어요.
아버지가 우릴 키우셨죠.
좀 커서 알고 보니 두 분은 이혼을 하신 건 아니었어요.”

자매가 고등학생·중학생 때 어머니가 사라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아버지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남자는 이혼해 달라는 아내의 간청을 끝내 거부했다.
여자가 짐을 싸서 집을 나가는 걸로 부부관계는 깨졌다.

‘부친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걸까….’
가정폭력이나 정서적 학대, 방치 같은 거 말이다.
상식적인 의문이었지만 내가 물을 순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집을 나간 여성은 왜 혼자가 됐을까.
더구나 ‘이혼’한 것도 아니라니 다시 돌아갈 순 없었을까.

뭔지 모를 상념에 사로잡혀 일을 시작했다.
반지하 현관문은 손상돼 있었다.
강제로 문을 뜯고 들어간 흔적이다.
어설프게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이 더위에 이 정도 시취면,
적어도 한 달 이상 시신이 방치됐을 게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일제히 고막을 쳤다.

좁은 방 안에서 방향을 못 잡고 내 머리며 팔에 둔중하게 부딪혀 오는 파리떼.
바닥엔 번데기 껍질이 여기저기 뭉쳐 있었다.
이들도 ‘생명’인데 죽은 생명에 기생해 꾸물거리다 변태를 하고 날아올라 발악을 한다.
상상조차 하기 끔찍한 그 과정이 동영상 고속재생을 하듯 내 머릿속에 재연된다.

죽어가는 파리떼를 한 봉지 가득 빗자루로 쓸어담았다.
지독한 시취와 끔찍한 파리떼 소리가 좀 가시고 난 뒤의 방은
60대 여성이 혼자 살 법한 집 그 자체였다.

특히 그 집은 자식이 있는 여성의 고독사 현장에선 보기 드문 중소형 냉장고 한대만 있었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달걀 다섯 개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우유팩, 조각 수박 4분의 1쪽, 김치가 들어 있는 반찬통, 고추장.

그리고 소주 두 병이 전부였다.

자매도 죽은 엄마의 방에 딱히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 유튜브를 보며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짐작했다는 자매들.

참혹한 시취로 남은 어머니.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6625


김새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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