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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창립자 슈바프, 국가경쟁력 순위 조작 사실로

연합뉴스

2025.07.21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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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조사서 정치적 이익 위해 조작 정황 드러나
'다보스포럼' 창립자 슈바프, 국가경쟁력 순위 조작 사실로
초기 조사서 정치적 이익 위해 조작 정황 드러나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전 세계 정·재계 거물의 연례 회동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을 지낸 클라우스 슈바프(87)가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스위스 일간지 존탁스차이퉁은 전날 스위스 법무법인 홈부르거의 초기 조사결과에서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초기 조사결과는 지난 4월 슈바프 전 회장이 50년 넘게 지켜온 WEF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된 계기가 된 내부 고발자 서한의 내용을 상당 부분 뒷받침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슈바프 전 회장은 WEF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인도 등의 순위를 수정하거나 이들에 불리한 보고서 발간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에는 인도의 순위가 낮게 나오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당시 리처드 사만스 전무이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보고서 발간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영국의 순위를 높이지 말라고 권고했는데,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지지자들이 이 데이터를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결국 발간됐고 영국과 인도는 각각 8위와 40위로 전년도에 비해 한 계단씩 하락했다.
2022년에는 슈바프 전 회장이 순위가 하락한 한 국가의 고위 관료에게 보고서 초안을 공유하고, 보고서 발간을 반대할 것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해 보고서는 결국 발간되지 않았다. WEF는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사유로 들었다.
홈부르거는 WEF 이사회의 의뢰로 슈바프 전 회장이 WEF에서 발간하는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조작하고 공금을 횡령했다는 의혹 등 다양한 혐의를 조사 중이다. 각국의 생산력과 회복력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국가경쟁력 보고서는 연계 포럼 논의의 기초가 되는 문건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슈바프 전 회장의 부인이 WEF에서 공식 직책이 없는데도 90만 스위스프랑(약 15억원)의 출장 비용을 청구한 혐의도 다뤄졌다고 존탁스차이퉁은 전했다.
슈바프 전 회장은 이러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내부 조사 결과가 언론에 유출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 점에서 나는 기만당했다고 느낀다. 필요하다면 법적 분쟁을 통해서라도 내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WEF 측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WEF 대변인은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답변을 유보하겠다"며 최종 조사 결과는 8월 말께 나온다고 전했다.
슈바프 전 회장은 지난해 성추문과 인종차별 의혹이 제기되자 회장직에서 사퇴했고, 지난 4월 내부 고발자 서한으로 국가경쟁력 보고서 조작과 공금횡령·부동산 사적이용 등 비위 의혹이 불거지자 이사회에서도 물러났다.
독일 출신 경제학자인 슈바프는 1971년 WEF 모태인 유럽경영자포럼을 출범해 매년 1월 스위스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전 세계적 행사인 다보스 포럼으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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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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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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