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3, 토트넘 홋스퍼)이 새로운 감독 체제에서 치른 첫 프리시즌 경기를 실망 속에 마무리했다. 그의 미래도 더욱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영국 '풋볼 런던'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의 레딩전 아쉬운 활약을 언급하며 "손흥민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날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그에 대해 한 발언은 그 불확실성을 걷어내지 못했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지난 19일 영국 레딩 셀렉트 카 라이징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리그1(3부리그) 소속 레딩을 2-0으로 제압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된 뒤 선임된 프랭크 감독의 비공식 데뷔 무대였다.
토트넘은 3부리그 레딩을 상대로 생각보다 고전했다. 주축 선수들도 여럿 뛰었으나 컨디션과 조직력 문제로 상대 압박을 잘 풀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전 2005년생 공격수 윌 랭크셔와 2007년생 센터백 루카 부슈코비치의 연속골로 승리를 챙기는 데 성공했다.
[사진]OSEN DB.
주장 손흥민은 후반전 출격했다. 그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되며 45분을 소화했지만,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왼쪽 측면 공격수 역할을 맡았으나 몸이 무거운 모습이었다.
풋볼 런던 역시 "손흥민은 레딩과 프리시즌 경기에서 전반전 브레넌 존슨과 도미닉 솔란케와 마찬가지로 다리에 녹이 슨 것처럼 보였다. 주장인 그는 리듬을 찾지 못했고, 몇 차례 공을 잃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체는 "손흥민은 박스 가장자리에서 슈팅을 시도했으나 옆으로 빗나갔고, 드리블 도중 한 차례 공을 잃어버려 홈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후반전 도중 모하메드 쿠두스와 제이미 돈리 둘 다 공간에 있는 그를 찾지 못하자 좌절한 듯 보이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아직 첫 경기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합격점을 주기엔 부족한 모습이었다. 물론 손흥민은 득점으로 연결되는 코너킥을 얻어내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아쉬움이 더 컸다.
[사진]OSEN DB.
자연스레 손흥민을 둘러싼 이적설도 더욱 힘을 얻게 됐다. 그는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만 뛰어온 전설이지만, 이제 계약 기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 영국 '타임즈'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의 상업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재계약을 제안했지만, 손흥민 측에서 거절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올여름 그가 토트넘과 10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소문이 커지고 있다. 풋볼 런던도 손흥민이 올여름 토트넘을 떠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확인했다. 특히 손흥민도 만 33세가 된 만큼 '에이징 커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여기에 프랭크 감독도 손흥민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는 주장 손흥민과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저 "모든 선수들은 여기 있고, 잘 훈련하길 기대한다"라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놨을 뿐이었다.
로메로에 대한 발언과도 온도 차가 있었다. 프랭크 감독은 "로메로는 우리에게 매우, 매우 중요하다. 그가 이번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라며 로메로와 직접 대화를 나눴음을 시사했지만, 손흥민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
[사진]OSEN DB.
게다가 손흥민의 주장직에 대해서도 의문을 남겼다. 프랭크 감독은 이번 시즌 주장을 누가 맡을지 결정했냐는 말에 "좋은 질문이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처리해야 할 중요한 사항들이 많고, 순서대로 처리하고 있다. 로메로와 손흥민은 레딩전에서 각각 45분씩 주장 완장을 맡게 된다. 하지만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풋볼 런던은 이 부분을 지적하며 "손흥민이 토트넘에 남는다면 결정이 필요 없지 않겠는가? 10년 동안 토트넘에 몸담고 모든 것을 바친 선수의 주장직을 박탈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며 "우리는 이미 지난달 초 손흥민이 갈망하던 트로피를 마침내 거머쥐고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나 사우디아라비아 프로 리그로 이적하며 토트넘을 떠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라고 전했다.
프랭크 감독은 계약 기간이 11달 남은 손흥민의 미래도 구단의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선수가 한 클럽에 오랫동안 몸 담았다면, 물론 클럽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라며 "당연히 모두에게 달려 있다. 누군가 특정 시점에 떠나고 싶어 한다면 이유가 있을 거다. 하지만 결국 클럽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트넘은 손흥민 없는 미래를 조금씩 준비해 나가고 있다. 이미 '임대생' 마티스 텔을 완전 영입했고, 모하메드 쿠두스를 데려왔다. 여기에 모건 깁스화이트 영입까지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