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납중독 사태는 급식 사진이 잘 나오면 원아 모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원장의 홍보 목적 지시로 인한 인재였다고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매체가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유치원 원장 본인도 제공된 급식을 먹고 혈중 납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진단을 받았으며 지역 내 병원 등은 이를 은폐하기 위해 검사 결과 수치를 조작했다.
중국 공안 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서북부 간쑤성 톈수이시에 위치한 허스페이신 유치원은 지난해 4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온라인에서 3가지 색상의 식용 불가 물감 총 3.1㎏을 구매해 밀가루 반죽에 혼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옥수수 소시지빵, 삼색 대추설기 등은 정기 급식으로 제공됐다.
지난해부터 이상 증상을 보인 다수 원생의 혈중 납 농도는 200∼500㎍/ℓ에 달했다. 원장도 169.3㎍/ℓ의 납중독 진단을 받았다. 조사 결과 이는 톈수이시가 아닌 이웃 산시성 성도인 시안의 시안중앙병원에서 검사받은 수치로, 지역 내 톈수이시 제2인민병원에서는 혈중 납 농도가 기준치 이상인 것으로 나왔음에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조작한 정황도 드러났다.
중국 기준은 100㎍/ℓ 이하,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50㎍/ℓ만 넘어도 납중독으로 본다. 납 중독은 뇌와 중추신경계에 비가역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어린이의 경우 인지력·주의력 저하, 성장지연 등을 겪을 수 있다.
문제가 된 급식 메뉴에서는 옥수수 소시지빵 1㎏당 1340㎎, 삼색 대추 찐빵 1㎏당 1052㎎의 납이 검출돼 중국 국가식품안전규정 기준치를 수천 배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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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원장 “급식 사진 잘 나오게”
유치원 원장은 민간 영리 유치원인 이곳의 투자자 동의를 얻어 조리사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급식 사진의 색감을 좋게 하기 위해” 물감 구매를 지시했다고 한다.
중국 내 민간 유치원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원아 모집 경쟁이 과열된 점도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사태가 불거지자 학부모들과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톈수이시 당국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톈수이시에서 19년 전 집단 납중독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건이 지역 내 공장에서 나온 오염물질 때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당국은 해당 유치원 주변 환경의 오염 여부도 조사했다면서 대기, 지표수, 지하수, 토양 등을 조사했으며 모두 환경 기준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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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 금지 물감 사용해 200여명 피해
현재 유치원 원장, 투자자, 조리사 등 6명이 체포됐으며, 총 17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유치원 원생 251명과 교직원 34명 전원에 대한 검사 결과, 원생 247명과 교직원 28명이 이상 판정을 받았다. 이 가운데 235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 234명이 퇴원했고 혈중 납 농도는 평균 40% 감소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다만 학부모들이 주장한 구토, 복통, 어지럼증, 탈모, 과민 반응, 흰머리, 치아 변색 등 구체적인 이상 증상에 대해서는 당국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