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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푸틴' 러 지휘자 게르기예프 이탈리아 공연 결국 취소

연합뉴스

2025.07.2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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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사관 "게르기예프 공연 취소는 이탈리아에 손해"
'친푸틴' 러 지휘자 게르기예프 이탈리아 공연 결국 취소
러 대사관 "게르기예프 공연 취소는 이탈리아에 손해"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대표적인 친푸틴 예술가로 꼽히는 러시아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72)의 이탈리아 공연이 논란 끝에 취소됐다고 안사(ANSA)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게르기예프는 오는 27일 이탈리아 캄파니아주 카세르타 왕궁에서 열리는 여름음악축제에 초청받아 그가 이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 소속 솔리스트들과 함께 공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세르타 왕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공연이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취소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아온 그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해 '반전 메시지'를 내달라는 각계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빗발치는 비판 여론에 그는 독일 뮌헨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 등 주요 직책에서 잇따라 하차해야 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전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였던 그는 이후 주로 러시아를 중심으로 활동해 왔다.
그랬던 그가 이탈리아 공연을 통해 3년 반 만에 서방 무대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큰 논란이 일었다.
최근엔 여러 노벨상 수상자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이탈리아 정부, 빈첸초 데 루카 캄파니아 주지사 앞으로 공연 취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서한 발송 대상에 EU 집행위원장이 포함된 것은 이 공연이 EU 자금 지원을 받는 행사여서다.
공연 반대 온라인 청원이 개설돼 1만6천명의 서명이 모였고, 이탈리아 내 우크라이나 단체는 공연 당일 반대 시위도 예고했다. 이들은 게르기예프에게 직접 항의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공연장 앞좌석 티켓을 예매해뒀다고 안사 통신은 전했다.
논란이 뜨거웠지만 데 루카 캄파니아 주지사는 예술가가 자국 지도자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책임져서는 안 된다며 공연을 옹호했다. 그는 이번 축제에 이스라엘 출신 지휘자 다니엘 오렌도 초대됐다며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도 소통 채널을 열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이탈리아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에서 "게르기예프의 공연을 취소하면 러시아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며 "이번 공연 취소로 이탈리아의 권위가 떨어지고 이탈리아의 개방성과 환대 정신은 의구심을 살 것"이라고 비판했다.
알레산드로 줄리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카세르타 왕궁 측이 내린 자유롭고 독립적인 결정을 전폭적이고 확고하게 지지한다"며 "이번 공연 취소는 상식과 도덕에 따른 결정으로 자유세계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게르기예프는 러시아에서 '음악 차르'로 불리는 인물이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마린스키 극장 예술감독 겸 총감독을 맡고 있으며, 2023년 12월부터는 모스크바의 러시아 볼쇼이 극장 총감독까지 겸임하고 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양대 공연예술기관을 한 사람이 동시에 장악한 것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게르기예프는 마린스키 극장 음악감독이던 1990년대 초부터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시 공무원이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선거에서 푸틴 지지선언을 하고 국내외에서 푸틴 정책 홍보에 앞장서는 등 수십년간 노골적인 친푸틴 행보를 계속하면서 전폭적 지원을 받아왔다.
특히 2012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TV 광고에 출연했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도 공개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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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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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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