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겐 큰 행운이었다. 안타 확률 2% 뜬공 타구가 햇빛에 가리면서 2루타로 바뀌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좌익수 데이비스 슈나이더(26)가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은 덕도 봤다.
이정후는 21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치러진 2025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시즌 20호 2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지만 팀의 6-8 패배로 아쉬움을 삼켰다.
지난달 1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 이후 33일 만에 리드오프로 출격한 이정후는 1회 첫 타석부터 행운이 따랐다. 토론토 우완 선발투수 호세 베리오스의 베리오스의 2구째 가운데 들어온 시속 92.4마일(148.7km) 포심 패스트볼을 퍼올린 타구가 발사각 60도로 좌측에 높이 떴다.
의심의 여지 없이 뜬공 아웃이 될 것으로 보였는데 토론토 좌익수 슈나이더가 양팔을 들며 엉거주춤했다. 햇빛에 들어간 타구를 놓쳤고, 유격수 보 비셋도 처음에 타구를 따라가다 멈췄다. 슈나이더 앞에 타구가 뚝 떨어지며 크게 바운드된 사이 이정후가 2루까지 전력 질주하며 행운의 2루타를 만들었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안타 확률 2% 타구였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선’은 ‘야구는 투구, 타격, 수비만큼 루틴이 중요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리는 일요일 홈경기는 전통적으로 오후 1시37분에 시작한다. 그러나 이날은 파란 하늘 아래 지붕이 열린 상태에서 12시5분에 시작됐다. 이례적인 경기 시간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른 오후의 햇살은 홈팀에 유리하지 않았다’며 이정후의 2루타 상황이 일찍 시작한 경기 시간 영향이 있다고 봤다.
[사진] 토론토 데이비스 슈나이더.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어 ‘좌익수 슈나이더는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정후가 친 평범한 뜬공에 글러브로 햇빛을 가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선두타자 2루타가 됐고, 다음 타자의 좌중간 안타로 선취점을 내줬다’며 ‘평소 안경을 쓰는 슈나이더가 선글라스를 안 쓴 이유가 의문이다. 그는 2회부터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중견수 마일스 스트로는 처음부터 선글라스를 썼고, 2회 첫 아웃을 잡을 때 글러브로 햇빛을 가리며 타구를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의 안일한 경기 준비를 지적한 것이다.
슈나이더가 선글라스를 안 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정후에겐 큰 행운이 됐다. 안타 확률 2% 타구가 시즌 20호 2루타로 바뀌었다. 2루타 20개는 내셔널리그(NL) 공동 13위 기록이다.
모처럼 리드오프 경기에서 2루타로 시작한 이정후는 3회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5회 1사 1,2루 찬스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나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6회 2사 1,2루에서 좌완 투수 저스틴 브루흘의 3구째 바깥쪽 낮은 스위퍼를 받아쳐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존을 벗어난 볼이었지만 정확한 컨택으로 맞혀 1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시즌 41타점째.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적시타는 좋았지만 그 다음이 아쉬웠다. 중견수 스트로가 2루를 지나 3루로 뛰는 1루 주자를 잡아내지 위해 3루로 송구한 사이 이정후는 1루에서 2루로 내달렸다. 3루수 어니 클레멘트가 공을 잡자마자 2루로 던졌고, 이정후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갔다. 원심 세이프였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으로 번복되는 바람에 이닝이 끝났다. 이정후가 2루로 슬라이딩하며 손과 발이 모두 떨어진 사이 2루수 레오 히메네즈가 이정후를 태그했다. 아웃이 맞았다.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선 우완 야리엘 로드리게스를 맞아 2루 땅볼로 물러났다.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을 2할4푼7리에서 2할4푼9리(357타수 89안타)로 끌어올렸다. OPS도 .712에서 .716으로 상승했다.
6-8로 패한 샌프란시스코는 토론토 원정 3연전을 스윕패했다. 최근 5연패를 당하며 52승48패(승률 .520)가 된 샌프란시스코는 NL 서부지구 3위로 와일드카드 5위로 순위 경쟁에서 밀려났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