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지만, ‘보좌진 갑질 논란’이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을 강행하려는 태세다. “국민 상식에 맞서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라는 야당의 지적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명백히 잘못된 결정이다. 이 대통령은 줄곧 ‘강한 자는 억제하고 약한 자는 돕는다’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을 내세워 왔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을(乙)을 지키는 정당을 표방했었다. ‘갑질’ 논란 당사자의 장관 임명은 이를 부정하는 처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결격사유가 없다는 여당 지도부 의견이 이 대통령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같은 정당 의원들끼리 지켜주려는 제 식구 감싸기인가. 이런 여당의 행태가 친분으로 얽혀 국정 난맥을 초래한 윤석열 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강 후보자가 심지어 장관에 대해서도 갑질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은 재임 시절 국회 여성가족위원이었던 강 후보자가 자신을 상대로 횡포를 부렸다는 내용의 글을 지인들에게 공유했다. 강 후보자가 지역구에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요구해 산부인과 의사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하자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심지어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해 결국 직접 찾아가 사과하고 예산을 되살렸다는 것이 정 전 장관의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강 후보자의 갑질은 습관적이라는 이야기다. 약자를 보호하는 여가부 장관 자격 자체가 의심스럽다.
이 대통령의 다른 인사도 도대체 새 정부의 인선 기준이 무엇이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차관급인 새만금개발청장에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김의겸 전 의원을 임명했다. 그는 과거 윤석열 당시 대통령 등이 대형 로펌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으나 허위로 드러난 바 있다. 신임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은 이 대통령을 가리켜 “하늘이 낸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인사는 코드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런 사람이 인사혁신처에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나. 코드와 보은이 이 대통령의 인사 기준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대가를 치렀다. 윤석열 정부가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취임 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긍정 답변이 전주 대비 2.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 논란 심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 대통령은 강 후보자 임명부터 철회해 주권자인 국민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민심이 늘 지지해 줄 것이라는 권력의 기대, 그것이 바로 오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