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간판이었던 앙투안 그리즈만(34)이 클럽 내 위상을 내려놓았다. 이는 최근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손흥민(33, 토트넘)의 현재와도 닮아 있다.
스페인 '마르카'는 21일(한국시간) "영원할 줄 알았던 그리즈만의 선발 지위가 마침내 흔들리고 있다"라고 보도하며 아틀레티코 내 세대 교체 움직임을 조명했다.
그리즈만은 왼쪽 윙어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아틀레티코 이적 후 시메오네 감독 아래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전환했다. 2016년 이후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급성장하며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 역할까지 소화하게 됐다.
오프 더 볼 움직임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수비 뒷공간 침투 및 압박 회피에 능하며 수비 시 적극적이다. 스피드와 결정력이 뛰어나며, 양발 슈팅, 프리킥, 헤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득점을 기록할 수 있는 만능 공격수다. 또한 수비 기여도가 매우 높아, 최전방에서 압박과 커버 플레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희귀한 공격수다.
그리즈만은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탁월해, 빌드업과 속공 전개, 킬패스에 이르기까지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도 맡는다. 부상이 거의 없는 '철강왕'으로, 지속적인 경기력과 내구성 면에서도 신뢰받는 선수다. 드리블은 다소 투박하고, 오른발 활용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전체적으로는 공격·수비·전개를 모두 겸비한 완전체형 공격 자원으로, 현대 축구에서 보기 드문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다. 이러한 능력은 물론 스타성까지 겸비해 아틀레티코의 '간판 스타'였다.
시대는 변했다. 마르카는 "아틀레티코는 그리즈만과 2026년까지 재계약을 맺었지만,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처음으로 '무조건 선발'이라는 지위가 사라졌다. 프리시즌에서 경기력과 몸 상태를 증명하지 못하면, 벤치로 밀릴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는 손흥민의 현재와도 놀랍도록 닮아 있다. 손흥민 역시 토트넘에서 통산 45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팀을 유럽대항전 우승으로 이끈 상징적 존재였지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 하에서는 전술 변화와 체력 문제 등으로 인해 지난 시즌 말미 주전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오랜 기간 군림하던 그리즈만과 손흥민 두 선수가 이제는 새로운 경쟁을 요구받고 있는 셈이다.
마르카는 이어 아틀레티코의 세대교체 흐름도 언급했다. 그리즈만을 포함해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나고 있다. "가장 먼저 떠난 건 코레아였다. 멕시코 티그레스의 주전 보장 제안은 그의 마음을 움직였고, 데 폴 역시 인터 마이애미 이적이 유력하다. 리오넬 메시와 재회가 눈앞에 다가왔다"라고 전했다.
과거 '국가대표급 선수단'으로 불리던 아틀레티코는 점차 신진 자원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그리즈만이 더 이상 중심이 아닌 이유다.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의 일부다.
손흥민도 마찬가지다. '주장'이라는 상징성과 달리, 새 감독 토마스 프랭크 체제에서 과연 핵심 자원으로 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손흥민은 여전히 리더십과 득점력을 갖춘 자원이지만, 체력과 전술적 유연성에서 물음표가 달리고 있으며, 토트넘은 모하메드 쿠두스를 비롯한 신예 영입에 나서며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왕관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해 온 두 선수는 이제 다른 방식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이름값이 아닌 경기력으로, 기량으로 다시 증명해야 하는 시간이다. 아틀레티코의 그리즈만, 그리고 토트넘의 손흥민. 두 상징의 '가장 큰 시험'이 시작됐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