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손흥민(33, 토트넘)이 팬들의 야유를 들었다.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좀처럼 리듬을 찾지 못했고, 상징적인 주장 완장조차 그의 입지를 지켜주지 못했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레딩의 셀렉트 카 리징 스타디움. 프리시즌 첫 친선경기에서 손흥민은 후반전 교체 투입됐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결정적이었던 장면은 한 차례 돌파 상황. 손흥민이 터치라인 부근에서 공을 몰고 나가려 했지만 볼 컨트롤에 실패했고, 결국 공격은 무산됐다. '풋볼 런던'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이 장면에서 관중석에서 즉각적인 야유가 쏟아졌다.
풋볼 런던 역시 이날 손흥민의 경기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매체는 "손흥민은 리듬을 전혀 찾지 못했다. 공을 여러 차례 놓쳤고, 슈팅은 크게 벗어났다. 돌파 도중 공을 제대로 잡지 못해 홈팬들의 야유를 받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라고 보도했다.
후반 중반, 손흥민은 문전 앞 넓은 공간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모하메드 쿠두스도, 제이미 돈리도 그에게 패스를 주지 않았다. 손흥민은 두 동료를 향해 실망한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격 전개에서 철저히 소외된 주장, 그 모습은 낯설었다.
이날 경기는 쿠두스와 부슈코비치가 합작한 두 골로 토트넘이 2-0 승리를 거뒀지만, 손흥민은 결과에 기여하지 못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쿠두스에게 평점 7.4를 부여하며 키패스 3회, 드리블 성공 1회, 롱패스 성공률 100% 등의 수치를 제시한 반면, 손흥민은 유효슈팅 0회, 키패스 0회, 드리블 성공률 0%로 평점 6.2를 받았다. 상대가 리그1(3부 리그)에서 경쟁하는 팀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크게 아쉬운 모습이었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의 발언도 손흥민의 미래를 확신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경기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그는 "손흥민은 10년간 팀에 있었고, 올여름 마침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매우 중요한 선수다"라고 말하면서도, 주장직 유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많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반면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에 대해서는 "다음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매우 중요한 선수"라며 보다 단호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남겼다. 주장 완장 역시 이날 전반은 로메로가, 후반은 손흥민이 차고 나섰지만, 이는 상징적인 교대일 뿐 차기 주장 결정과는 별개라는 뉘앙스다.
풋볼 런던은 "손흥민이 확실하게 잔류한다면 주장직에 대한 고민은 필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가 떠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이 거취를 주도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오랫동안 클럽에 머문 선수라면, 결국 결정은 클럽이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거취 결정권이 손흥민이 아닌 클럽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같은 경기에서 신입생 모하메드 쿠두스는 정반대의 평가를 받았다. 단단한 하체, 빠른 속도, 그리고 창의적인 드리블로 공간을 만들어내며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프랭크 감독 역시 "그가 어떤 선수인지 충분히 보여준 경기였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도, 공격수로서도 존재감을 남기지 못했다. 시즌 준비를 위한 첫 무대였지만, 팬들은 벌써부터 실망을 표했고, 팀은 더 이상 손흥민 중심이 아니라는 듯 움직였다. 그라운드 위에서, 그리고 토트넘의 구조 속에서 손흥민의 위치는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