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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오' 타이머 맞췄다, 아들 쏜 아버지 시한폭탄까지 준비 왜

중앙일보

2025.07.21 13:00 2025.07.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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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인천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가족을 숨지게 한 피의자의 서울 도봉구 쌍문동 주거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경찰특공대원 28명이 21일 새벽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급습했다. 20일 오후 인천 송도에서 사제 산탄총을 쏴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던 중 자신의 집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과 경찰특공대는 이날 오전 1시30분부터 해당 아파트 주민 105명(거주자 69명, 상가 종사자 36명)에 대한 대피 작업부터 완료했다. 오전 3시 54분쯤 현장을 수색해 14통의 시너와 타이머가 달린 점화장치 등으로 구성된 폭발물을 찾아냈다. 이후 23분 동안 해체 작업을 진행했다.

해체 당시 폭발물은 타이머가 ‘21일 정오’에 폭발하도록 설정된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A씨(62) 거주지가 중간층인 8층이었던 만큼 “미리 제거하지 않았다면 아파트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을 것”(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학과 교수)이라고 분석했다. 한밤중 인근 보건소나 모텔 등으로 대피해 뜬눈으로 밤을 새운 주민들은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아파트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60대 남성을 수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 도봉구의 피의자 자택에서 발견된 폭발물 모습. 사진 인천 연수경찰서 제공

인천 연수경찰서 관계자는 이날 “피의자가 총기 범행 이전에 서울 도봉구 자택에 인화성 물질을 직접 제작해 설치해 둔 상태였다”며 “피의자가 다시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집에 폭발물을) 설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들을 총기 살해하고 사제 폭탄까지 설치한 그는 음주나 마약을 한 상태는 아니었고 정신 병력도 없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 프로파일러를 긴급 투입한 상태다. 조사를 마친 뒤 살인,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쌍문동 아파트 주민들도 A씨에 대해 “주민과의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반상 회비는 꼬박꼬박 냈다”(50대 조모씨)는 등 평소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20일 오후 9시 30분쯤 인천 송도 국제도시 아파트 33층에서 생일상을 차려준 아들 B씨(34)를 쇠파이프를 개조한 사제 산탄총으로 쐈다. 총알 1개당 쇠구슬 12개가 든 산탄 3발을 쐈다. 발포한 3발 중 2발은 아들에게, 1발은 문을 향했다. 가슴·복부에 탄환을 맞은 B씨는 119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범행에 사용된 탄환 모습. 사진 인천 경찰청 제공

A씨는 경찰에 범행 동기에 대해 ‘가족 간 불화’라고 진술했다. 구체적인 갈등 경위나 범행 계획 시점 등에 대해선 진술을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범행 당일은 A씨의 생일이었다. 사건 신고자인 B씨의 부인이 “시아버지가 남편을 쐈다. 생일잔치 중에 잠깐 나가서 총을 만들어 왔다”고 신고했다. 사건 당시 집 안에는 며느리, 손주 2명, 며느리의 지인 등이 함께 있었다. 무직인 A씨는 아내와는 20년 전 이혼했고, 아들과만 간헐적으로 왕래가 있었다고 한다.

출동한 경찰은 도주한 A씨의 렌터카 차량을 긴급 수배해 21일 오전 0시 15분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 노상에서 긴급체포했다. 검거 당시 A씨는 1차례 도주를 시도했지만, 순찰차로 A씨의 차를 가로막고 차 문을 강제로 개방해 연행했다.

21일 총기사고가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의 모습. 인천=김정재 기자

A씨의 차량에서는 총열에 해당하는 쇠파이프 11점도 발견됐다. 이 중 일부는 장전 상태였고, 86발의 탄환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서 총기 제작법을 배웠고, 범행에 사용한 탄환은 약 20년 전 극단적 선택을 할 목적으로 수렵 허가자로부터 남은 실탄을 구매해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재.임성빈.김창용.오소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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