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선거 연패에도 야당과 정책별 협력 모색…"국정 정체 초래 안할 것"
자민당 내에선 책임론 제기…옛 아베파 급감 속 '사퇴 강요 쉽지 않아' 분석도
제1야당 "민의 무시" 비판…야당 난립·다당제 전환 양상에 불신임안 가결 불투명
'버티기' 돌입한 日이시바…관건은 당내 퇴진론·野 불신임안
이시바, 선거 연패에도 야당과 정책별 협력 모색…"국정 정체 초래 안할 것"
자민당 내에선 책임론 제기…옛 아베파 급감 속 '사퇴 강요 쉽지 않아' 분석도
제1야당 "민의 무시" 비판…야당 난립·다당제 전환 양상에 불신임안 가결 불투명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지난 2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여당이 의석수를 대폭 잃어 과반 유지에 실패했음에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총리직 유지를 공식 선언했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소수 여당이 되면서 이시바 내각은 가시밭길에 들어섰다.
22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의 정권 유지 여부는 자민당 내에서 자칫 들불처럼 확산할 수 있는 '총리 끌어내리기' 움직임과 야당이 손에 쥔 내각 불신임안 카드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선거 전날 이시바 측근 모여 지지 확인…이시바 개표 중 '정권유지' 표명
이시바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125석 중 여당의 과반 유지에 필요한 50석 이상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으나, 여당이 얻은 의석수는 47석이었다. 주요 언론의 선거 직전 판세 분석에서도 여당은 목표를 이루기 힘들 것으로 관측됐다.
여당 패배가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관심사는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 거취였다. 일본 언론은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총선), 올해 6월 도쿄도 의회 선거에 이어 참의원 선거에서도 여당이 패하면 그가 버티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는 개표가 진행 중이던 20일 밤 TV에 출연해 퇴진할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드러냈고, 이튿날인 21일 기자회견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정에 정체를 초래하지 않는 것"이라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선거 전날인 19일 도쿄의 한 호텔에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총무상,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 등 이시바 총리와 가까운 인물들이 모여 결속을 다지며 총리를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시바 총리는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TV에 나와 총리직을 내놓지 않겠다는 강수를 뒀다.
아사히는 "당내 비주류 세력을 상대로 선수를 쳐서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을 봉쇄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설했다.
이시바 총리의 총리직 고수에 영향을 미친 또 다른 요인은 선거 결과였다. 주요 언론은 출구조사 결과 여당이 32∼53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47석은 그나마 선방한 수치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선거 종반 정부·여당 내에서 총리직 유지 조건을 50석이 아닌 45석으로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이시바 총리가 이를 충족한 형태가 됐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작년 중의원 선거 패배 이후와 마찬가지로 소수 여당의 지도자로서 정책별로 일부 야당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이 공명당 외에 주요 야당을 끌어들여 연정을 확대하면 단번에 여대야소 구도를 만들 수 있지만, 야당들은 연정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나타내고 있다.
◇ 자민당 일각에선 '스리 아웃 체인지' 요구…선대본부장은 퇴임할 듯
일본 정국의 불안정성이 한층 커진 가운데 자민당 내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선거 연패 책임을 지고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주요 선거에서 3번 연속 졌으니 '스리 아웃 체인지'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가 2007년 여당의 참의원 선거 패배 당시 총리직을 유지하려 했던 아베 신조 총리를 비판했던 적이 있고, 이번 선거 결과는 사실상 일본 국민이 자민당을 심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총리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견해의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경쟁했던 고바야시 다카유키 의원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패했다"며 "당의 수장으로서 책임의 무게를 인식해 달라"고 말했다.
보수파인 니시다 쇼지 의원은 이시바 총리의 총리직 유지 방침에 "의미를 모르겠다"며 사퇴를 압박했고, 자민당 고치현 지부는 총리 퇴진을 본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자민당 내 유일한 파벌인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는 전날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과 만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 당에 대한 비판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판단을 공유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당 중진인 고노 다로 의원은 "총리가 남는다면 간사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선거 패배에도 물러나려는 사람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사히는 "퇴진을 요구하는 당내 움직임은 앞으로 강해질 듯하지만, 자민당 총재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이시바 총리를 그만두게 하기가 쉽지는 않다"며 이시바 총리를 반대하는 자민당 의원들이 총회를 열어 퇴진을 요구하려 해도 집행부가 총회 개최를 막을 수 있다고 해설했다.
기존 당내 최대 파벌이자 이시바 총리에게 비판적인 옛 '아베파' 세력이 크게 약화한 것도 이시바 총리가 정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작년 중의원 선거와 이번 참의원 선거를 거치면서 한때 100명 안팎이었던 옛 아베파가 53명으로 급감했다고 전했다. 이어 옛 모테기파 44명, 아소파 43명, 옛 기시다파 37명 순으로 집계했다.
한편, 기하라 세이지 자민당 선거대책본부장은 선거 패배 원인 검증 작업을 마친 뒤 사임하겠다는 뜻을 주위에 전했다고 요미우리가 보도했다. 작년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했을 때는 고이즈미 신지로 당시 본부장이 물러났다.
◇ 제1야당 정체에 야당 간 단결 쉽지 않아…"일본형 연합정치 전환점" 평가도
제1야당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이시바 총리의 총리직 유지 방침과 관련해 "민의를 무시한 채 자리를 지킬 것인가"라며 "설득력이 너무 없다"고 전날 직격했다.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도 여소야대가 되면서 야당의 힘은 더욱 강력해졌다. 여당은 야당 도움 없이는 예산안과 법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미 야당은 지난 정기국회에서 휘발유에 붙는 일부 세금을 폐지하는 법안을 함께 제출해 심의를 요구했고, 중의원에서 자민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심의를 보류하자 그를 해임했다.
야당이 이시바 총리를 압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내각 불신임안이다. 야당이 합심해 불신임안을 가결하면 이시바 총리는 중의원 해산과 내각 총사퇴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노다 대표는 불신임안 제출과 관련해 "예단하며 답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질질 끄는 정치를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의석수를 크게 늘린 제3야당 국민민주당, 우익 야당 참정당과 달리 입헌민주당은 기존과 같은 22석을 얻는 데 그쳐 입헌민주당을 중심으로 야당이 뭉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현지 언론은 관측했다. 현재 일본 야당들은 정치 성향과 정책 지향이 매우 다양한 편이다.
산케이신문은 입헌민주당 내에서 이번 선거는 '패배'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면서 불신임안을 내기 쉽지 않다는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치 전문가들은 자민당과 공명당 쇠퇴, 국민민주당과 참정당 약진으로 일본이 다당제에 돌입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사히에 따르면 정치학자인 마키하라 이즈루 도쿄대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를 "자민당·공명당 연립 정권에서 일본형 '연합 정치'로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야당 세력 확대로 소비세 감세, 휘발유 세금 인하 등 '분배'와 관련된 경제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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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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