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처음 본 여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이지현(34)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제1형사부(나상훈 부장판사)는 2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지현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5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적 장애를 앓고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 법정에서의 진술 등을 고려하면 행위의 위법성과 결과를 인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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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피해자 잔혹하게 살해 중형 불가피"
이어 “범행에 앞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했고 건장한 남성이었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본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적 장애와 심신 미약 상태가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미리 범행을 준비하고 피해자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는 등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당시 피해자의 고통이 어떠했을지 상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본 사건은 사회적으로도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포심이 생겼다”며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지현은 지난 3월 2일 오후 9시 45분쯤 충남 서천군 서천읍 사곡리의 한 인도에서 A씨(40대 여성)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검찰과 경찰 조사에서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수천만원의 손실을 보고 이후 대출이 거부되자 신변 비관에 빠졌고 이후 사회에 대한 막연한 분노를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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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사건 한 달 전부터 범행대상 물색
사건 한 달 전부터는 ‘다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메모를 남겼고 미리 준비한 흉기를 품고 사건 장소를 여러 차례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의 잔혹성 등을 근거로 지난 3월 이지현의 신상(이름·나이·얼굴)을 공개했다.
1심 선고 직후 A씨의 아버지는 “법원에 오면서 (검찰 구형보다) 형량이 낮을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감형이 되지 않아 다행”이라며 “아버지로서 딸을 지켜주지 못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남겨진 가족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러한 범죄는 엄중한 판결이 이뤄져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개인 신변 비관 등 이해할 수 없는 동기로 흉기를 준비해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했다”며 “자신보다 왜소한 피해자를 흉기로 공격하는 잔혹성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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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자신보다 왜소한 피해자 흉기로 공격"
이어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으로 지역사회는 ‘내 가족도 강력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범행의 잔혹성과 유족의 고통 등을 고려할 때 죄질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당시 이지현은 최후 변론을 통해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그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지적장애인이기 때문에 표현이나 소통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장애인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