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수목원에는 25인승 탐방버스가 있다. 2020년 관람객 수송과 수목원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세금 7560만원을 들여 구매한 관용 차량이다. 그러나 이 버스는 구매한 지 5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거의 주행한 흔적이 없다. 누적 주행거리는 3609㎞. 연간 주행거리로 환산하면 720㎞ 정도에 불과하다. 일반 승용차 평균 주행거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운전직 공무원이 인사이동으로 자리까지 옮기면서 이 버스는 운행할 담당자마저 사라졌다. 버스는 주차장에 전시물처럼 사실상 방치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버스 차량 보험료와 점검비, 유류비 등으로 지난해까지 632만원이 넘는 유지비가 지출됐다.
이처럼 울산지역 공공기관들의 방만한 운영 실태가 울산시 감사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울산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울산테크노파크와 울산수목원, 울산농업기술센터, 5개 구·군을 대상으로 종합·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 144건의 문제점을 적발했고 관련 담당자 46명에게 주의 등 신분상 조치를 취했다.
22일 울산시 감사결과서를 살펴보면 이번 감사에서 안전과 직결된 사안들이 다수 확인됐다. 울산테크노파크는 수소가스충전소 공사를 무면허 업체에 맡겼다.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안전밸브 조립, 가스배관 연결 등을 하면서 가스시설, 전기공사업 면허 없는 업체에 공사를 맡긴 것이다. 전기공사법, 지방계약법 위반에 해당한다. 시 감사관실 측은 "가스시설 같은 위험 시설물의 공사는 면허 여부를 확인한 뒤 신중하게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며 관련자 10명에게 훈계 등 조치를 내렸다.
울산농업기술센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2023년 농장체험장 조성 공사 과정에서 전문공사업 면허가 없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뿐만 아니라 1980만원 규모의 지붕·금속창호 공사를 두 건으로 나눠 각각 1500만원 미만으로 축소한 뒤, 수의계약 방식으로 처리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지자체 사업을 위한 심의위원회 구성도 엉망이었다. 감사 대상(2020년~2024년) 중 일부 기간에 울산 남구, 동구, 울주군은 공유재산심의회에 지방의회 의원을 '민간인'으로 분류해 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로 인해 민간위원이 전체 위원의 과반수를 차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하게 됐다.
직원 채용 과정도 부실했다. 지난해 울산수목원 관리사무소는 기간제 근로자 3명을 채용하면서 서류심사 없이 곧바로 면접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결격 사유를 확인하지 않았고, 시험을 주관하는 부서 소속 직원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켜 감사에 적발됐다.
공공재산 관리도 허술했는데, 2023년 12월 기준 울산테크노파크는 종료된 사업의 자금 계좌 54개를 방치했고, 이들 계좌에 남아 있던 1억 5311만원의 예산도 반납하지 않았다. 울주군은 2007년 영어마을 조성을 위해 매입한 3만 7000여㎡의 부지를 1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12월 기준, 울산시와 5개 구·군이 보유한 부동산 3800여 건은 관련 시스템에 등록조차 돼 있지 않아 체계적인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다. 일부 부지(1만여㎡)에는 불법 주차장과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이 무단으로 들어서 있었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감사에서 밝혀졌다.
근무 태만 사례도 나왔다. 울산 수목원 관리사무소 일부 직원들은 근무 시간 중 무단 자리 이탈, 조퇴, 지각이 빈번했다. 감사관실이 2022년 7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차량 출입기록을 분석한 결과, 무단 자리이탈 60회(9명), 무단 조퇴 20회(5명), 무단 지각 5회(4명)가 적발됐다. 울산농업기술센터 소속 직원 5명은 1년여간 총 69회에 걸쳐 출퇴근 기록을 누락했으며, 울산테크노파크에선 출장 시간 확인이나 결과 보고 없이 4년간 4만 1653건에 달하는 관내 출장비로 6억 1753만원이 지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시 감사관실 측은 "각 기관이 동일한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한 직무교육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