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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신냉전 '한국판 중동 전략' 세워야…실리외교는 필수" [월간중앙]

중앙일보

2025.07.21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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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유달승 한국외대 교수가 본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

“신냉전의 진앙, 중동에서 실리 찾아야…이란은 미국의 대중국 압박 핵심 카드”
“친서방 이란 대통령의 등장, 트럼프와 맞닿은 이해관계…국익 중심 외교 절실”


중동 정세는 혼란의 연속이다. 막대한 원유·천연가스로 인해 경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도 분쟁에 번번이 발목 잡히는 형국이다. 2023년 가자 전쟁 이후 올해 발발한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까지 분쟁은 끝없이 포개지고 있다. 그렇다 해도 원유·천연가스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동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지역이다.

권위자는 특정 분야에 정통하고 탁월한 전문가를 일컫는다. 그런 점에서 유달승(59) 한국외국어대학교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명실상부한 중동 정치 권위자다. 유 교수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외국인으로선 최초로 테헤란대학교에서 박사 (정치학) 학위를 취득한 뒤, 하버드대학교 방문학자를 지냈다. 2019~2020년에는 이란 알라메 타바타바이대학교 정치학과 교환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7월 8일 이문동 연구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유 교수는 “신냉전에 걸맞은 ‘한국판 중동 전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각자도생의 시대에 대한민국에 최적합한 대중동 전략이 절실하다는 시선이었다.

유달승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2025년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란과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짚었다. 유 교수가 지난 7월 8일 월간중앙 인터뷰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최기웅 기자

Q : 이번 이란-이스라엘 충돌의 본질은 무엇인가?

A : “표면적으로는 1991년 걸프 전쟁(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전 형성된 ‘이란 대 이스라엘’ 구도의 연장선이다. 본질적으로는 ‘이슬람주의 대 이스라엘’ 갈등 대전환을 의미한다.”


Q : 이스라엘은 왜 이슬람주의와 갈등을 지속하는 건가.

A : “걸프 전쟁 이전까지 이스라엘의 주적은 ‘아랍사회주의’와 ‘아랍민족주의’였다. 그러던 중 사담 후세인(1979~2003년 재임) 정권이 막을 내린다. 아랍사회주의와 아랍민족주의가 붕괴된 거다. 이스라엘은 또 다른 주적을 찾아 나섰다. 그때 등장한 게 이슬람주의다.”


Q : 이란이 이슬람공화국이어서 그러한가?

A : “그렇다. 1979년 이란의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이슬람혁명을 통해 이슬람공화국을 세웠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이란과 이스라엘의 사이는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을 일부 지원할 정도였다.”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신냉전 본격화”



Q : 사담 후세인이 굳건했기 때문인가?

A : “맞다. 당시에는 이스라엘이 굳이 이슬람주의(이란)와 격돌할 이유가 없었다. 아울러 이번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은 세계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Q : 어떻게 변했나?

A : “1991년 걸프 전쟁 직후 탈냉전이 본격화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형성된 순간이기도 하다. 반면 2025년 미국의 이란 폭격은 신냉전이 본격화했음을 의미한다.”


Q : 신냉전이란 무엇인가?

A : “구냉전 시기에는 이념 진영에 따라 합종연횡이 이뤄졌으나, 신냉전에선 국가들이 사안별로 연대하고 협력하고 경쟁한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제3자가 타 국가의 분쟁에 개입할 가능성은 적다.”


Q : 각자도생의 시대란 의미인가?

A : “그렇다. 외교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Q : 대이란 외교는 고도의 외교력이 필요해 보인다. 2023년까지 국내에 동결됐던 이란 자금 70억 달러 문제가 대표적이다(이란 자금 약 70억 달러는 지난 2023년까지 국내에 묶여 있다가 대부분 반환됐다).

A : “대이란 외교는 4강 외교처럼 섬세한 전략이 필요한 영역이다. 복잡한 외교 환경 때문이다.”


Q :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A :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적대 국가다. 반면 우리는 이란, 이스라엘과 모두 우방이다. 이 점에서 일본이 이번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 직후 취한 스탠스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Q : 일본은 어떻게 대응했나?

A : “무력 충돌 발생 3일 뒤인 6월 16일 일본 외무상이 이란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반면 우리는 공식적인 입장만 표명하는 데 그쳤다. 우리도 관망하기보다는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 적절한 개입을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중재자 혹은 조정자 역할까지도 말이다.”


Q : 우리도 일본처럼 이란을 상대로 실용주의 외교를 펼치면 경제적으로 얻을 게 많을 것 같은데.

A : “이란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각각 전 세계 4위와 2위다. 또 이란이 통제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물동량의 30% 이상이 통과하는 에너지 물류 핵심지다. 9000만 젊은 인구를 지닌 이란은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국가다.”


Q : 프랑스·독일·영국은 2019년 인스텍스(INSTEX) 제도를 도입해 2023년까지 스위프트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란과 거래를 이어갔다. 히잡 시위 당시 이란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취할 것은 취한 셈이다(히잡 시위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라는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발생한 반정부 시위다).

A : “그렇다. 신냉전 시대에는 ‘가치 외교’가 설 자리가 없다. 사안별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협력하는 시대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6월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 지휘관, 핵 과학자 장례식에참석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주적 변화와 대이란 전략 전환


Q : 최근 프랑스·독일·영국은 과거와 달리 미국-이란 핵합의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A :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이란핵합의를 처음 타결했을 당시와는 다른 모습이다. 10년 사이 EU 영향력이 축소된 것이다. EU 회원국들이 더는 ‘EU’ 프레임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국가들이 필요에 따라 접근하기 때문이다. 2015년과 달리 2025년에는 신냉전이 본격화됐다는 신호다.” (2015년 영국·프랑스·독일은 2025년과 달리 이란핵합의 체결 과정에서 미국-이란 중재자이자 합의 당사자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Q : 신냉전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인가?

A : “신냉전이라는 용어는 2010년 이후 등장했다. 당시는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중국의 경제성장이 본격화된 시점이다. 걸프 전쟁이 막을 내린 1991년을 기점으로 탈냉전이 본격화됐다면, 2025년 미국의 이란 폭격을 기점으로 신냉전이 본 격화됐다.”


Q : 신냉전 시대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하다.

A : “미국의 주적이 바뀌었다. 냉전 시대, 탈냉전 시대, 신냉전 시대 미국의 주적은 모두 다르다. 구냉전 시대 미국의 주적은 소련이었다. 이후 탈냉전과 신냉전 시대에서는 각각 ‘이슬람주의’와 ‘중국’이 주적이 됐다.”


Q :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가 중국으로 향한다.

A : “이란을 고립시켜서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이자 전략인 이유다. 신냉전 시대에는 미·중 패권 경쟁이 경제는 물론 에너지와 안보 분야까지 확대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이란과 이스라엘 무력 충돌, 미국의 이란 폭격이다. 또, 이란과 중국은 올해 5월 철길로 연결됐다. 미국 입장에선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Q : 중국은 우리의 핵심 교역국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를 용인하지 않으려 한다.

A :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경제 성장을 위해선 다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대중동 외교에 임해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위트코프와 같은 중동 특사 자리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우리가 이 란과 밀착한다고 해서 미국이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 이란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Q : 미국이 이란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나?

A : “탈냉전 시대에는 이슬람주의, 즉 이란이 주적이었으나 신냉전이 본격화한 오늘날에는 중국이 주적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이란이 필요하다. 이란의 대중국 원유 수출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게 미국의 목표다. 이스라엘이 이번에 이란을 공격 하지 않았다면, 미국-이란 핵합의도 타결됐을 것이다. 미국이 이란을 폭격한 것은 출구 전략이었다.”


Q : 실제로 이란이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관측도 있다.

A : “나탄즈 핵시설의 경우 원심분리기가 일부 파괴되는 등 타격을 많이 입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포르도 핵시설은 산악 지대에, 그것도 암반층 지하에 있어 내부 시설은 타격을 거의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핵 물질이 타격을 입었는지 여부다. 미국의 폭격 직전에 이란이 핵 물질을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Q :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폭격 이후 연일 미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A : “이란과 미국 모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란과 관계를 개선해야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 올해 미국이 이란과 다섯 차례 협상한 것도 그 일환이다.”


Q :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미국-이란은 이란핵합의 복원에 사실상 합의했으나, 막판에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A : “당시 양측은 정무적인 판단만 남겨둔 상태였다. 합의문도 사실상 완성된 상태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무산됐다. 이란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치솟자 ‘차기 미국 행정부랑 합의하자’고 정무적으로 판단했다.”


Q : 동시에 이란 내에서 히잡 시위가 발발해 이란-미국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A : “사실 히잡 시위와 이란 강경파 정권인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등장에는 숨은 함수가 있다.”(강경파인 라이시는 2021년부터 2024년 5월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2024년 5월 대통령 재임 중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Q : 무엇인가?

A : “미국은 2020년 1월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이슬람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했다. 이는 이란 내 반미 정서를 극대화했다. 결국 중도·개혁파 하산 로하니 대통령(2013~2021년 재임)의 후임으로 강경파 라이시 대통령이 등장했다. 당시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개혁파 후보들의 입후보 자격을 박탈해 의회도 강경파가 장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인 2020년 1월 미군 드론으로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 중이던 솔레이마니를 사살했다.)

유달승 교수는 “경제 성장을 위해선 다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대중동 외교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웅 기자


“개혁파 내각 vs 보수파 혁명수비대…이란의 이중구조”


Q : 공교롭게도 이란 경제는 큰 위기에 빠졌다.

A : “강경파는 이 기회에 보수적인 사회로 회귀하고자 복장 문제를 건드렸다. 경제 문제가 위기에 처하자, 보수적인 입장과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서 거리에서 복장 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Q : 2020년 솔레이마니 사건처럼, 2025년 미국의 이란 폭격도 비슷한 역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A : “페제시키안은 이란 제도권 내에선 가장 친서방·개혁적인 인사로 평가받는다. 또, 신냉전 체제에서 미국과 이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란이 고립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2020년 솔레이마니 폭사와 2025년 미국의 대이란 폭격에 는 공통점이 있다.”


Q :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A : “트럼프는 국내 정치적 위기를 넘기는 데 이란을 사용했다. 2019년 말, 트럼프는 탄핵 위기에 놓여 있었 다. 그러던 중, 2019년 12월 이라크에서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가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자 미국 언론은 ‘제2의 벵가지 사태’ 라고 불렀다. 트럼프 입장에선 국면을 전환해야 했다. 2020년 1월 이라크에 방문한 솔레이마니를 사살한 이유다.”(벵가지 사태는 2012년 9월 리비아 벵가지에 있는 미국 영사관이 무장 세력에게 공격당해 미국 대사 등 4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Q : 이번 미국의 이란 폭격도 그러한가?

A : “최근 미국 전역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이를 돌려세우기 좋은 카드가 이란 폭격이었다. 이란도 2020년과 2025년 모두 출구 전략으로 중동 역내 미군 기지 공격 카드를 썼다. 이제 이란은 다시 ‘긴 호흡’으로 돌아갈 거다.”(이란은 2020년과 2025년 미국과 충돌 직후 출구전략으로 각각 이라크 미군 기지와 카타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Q : 긴 호흡이란 무엇인가?

A : “이란은 앞으로 미국의 이번 폭격을 문제 삼지 않을 거다. 앙금은 남았으나,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이 높다.”


Q : 트럼프 행정부가 개혁파인 페제시키안 행정부를 설득해도, 결국엔 보수적인 혁명수비대를 설득해야 핵합의를 체결할 수 있다.

A : “이란은 외부의 공격을 받으면 개혁적인 내각과 혁명수비대 강경파가 하나가 돼서 위기를 극복한다. 최근 페제시키안의 행보가 이를 입증한다.”


Q :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A : “페제시키안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신정 체제를 공격하기 위해서, 혁명수비대만 공격하고 선출직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위기 속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 는 모양새다.”


Q : 그간 미국-이란 핵협상에서 표면화된 이란 내각과 혁명수비대 간 이견이 이번 폭격으로 수면 아래로 내려간 모양새다.

A : “페제시키안을 중심으로 하는 개혁파 내각은 미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유연성을 보였다. 이들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고 IAEA의 사찰 범위를 늘릴 수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반면, 혁명수비대는 이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쟁점이 된 핵심 부분은 혁명수비대에 대한 미국의 ‘테러 조직 지정’ 해제 문제였다.”(트럼프 1기인 2019년 미국은 이란이슬람혁명수비대를 외국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Q : 결국 미국은 두 개의 이란과 대화하는 셈이다.

A : “2015년 오바마 행정부가 로하니 이란 행정부와 이란핵합의를 타결할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Q : 당시에도 내각과 혁명수비대가 갈등을 겪었나?

A : “그렇다. 당시에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중재하면서 해결했다. 다만, 이 부분은 이란의 오랜 역사 속에 녹아 있는 고도의 협상기술이다.”


Q :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A : “내각 협상팀은 이란 내 강경파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지렛대로 협상력을 극대화한다.”


Q : 트럼프는 2018년 오바마가 타결한 이란핵합의를 파기한 만큼, 2015년 원안보다는 ‘좋은 안’을 원할 것 같다.

A : “그런 점에서 트럼프 입장에선 페제시키안이 이란 대통령인 게 다행이다. 페제시키안은 2021년 대선 당시 헌법수호위원회에서 출마 자격을 박탈당할 정도로 친서방 성향이다. 트럼프 입장에선 기회다.”


Q :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

A : “오바마가 맺은 2015년 이란핵합의에선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3.67%로 제한해야 했다. 이번에는 2%대로 합의할 수 있을 거다.”


Q :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이란 내 우라늄 농축 여부다. 혁명수비대가 자국 내 농축을 강하게 요구하자, 미국은 ‘컨소시엄 구상’을 내놨다(미국은 이란·사우디·UAE 등이 원자력 컨소시엄을 구성해 핵 발전을 공동으로 수행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컨소시엄을 이란 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A : “이란 영토 내에서만 이뤄진다면 이란도 컨소시엄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란에 미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면, 미국도 이번처럼 이란을 함부로 폭격하지는 못한다. 다만, 혁명수비대는 컨소시엄을 바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내각에서 ‘익명의 고위 당국자’라는 이름으로 ‘전제 조건만 맞으면 된다’고 언론에 흘리는 이유다.”


Q : 이란핵합의가 복원되면 지난 2015년 타결 당시처럼 거대한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 해야 할까?

A : “대이란 외교는 무엇보다 실용주의 노선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재명 정부가 대중동 외교를 확대하기 위해선 대이란 외교를 통해서 가능하다. 과거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경쟁 관계에 있어 이란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있었으나, 이란을 바라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시각도 변했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을 가동했으나, 이란 미사일을 전부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이란공습 직후 이스라엘 베르셰바시(市)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사우디도 바뀌었다…이란핵합의 복원 청신호”


Q : 어떻게 변했는가?

A : “과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을 적대시한 부분은 내부 문제, 즉 왕세자들 사이 권력 투쟁 문제였다. 빈 살만이 내부 권력을 장악한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는 더는 이란과 갈등 관계에 놓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최대 관심사는 네온시티 개발이다.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오기 위해선 이란과 잘 지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미국의 관점에서 이란을 보는 것이 아닌, 이란의 관점에서 이란을 이해해야 실리를 챙길 수 있다는 점이다.”


Q : 이란의 관점이 왜 중요한가?

A : “이번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 당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전문가들이 많았다. 반면, 이란을 정확히 이해하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일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란이 호르 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것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는 거다.”


Q : 이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A : “이란이슬람혁명 이후 최초의 외국인 박사이다 보니, 졸업 무렵 하버드대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미국에서는 1979년 이란이슬람혁명 이후 이란과 중동 전문가를 찾고자 했다.”


Q : 당시 하버드에서 생각한 진정한 전문가란 무엇이었나?

A : “하버드대 동료가 ‘진정한 전문가란 사건을 따라가고 해석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입장과 정책을 관철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나도 동의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현지 인맥이 절실하다. 이 두 가지가 있으면 국익도 관철시킬 수 있다.”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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