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옹호’ 글로 진영 내 사퇴 요구가 거셌던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22일 자진 사퇴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강 비서관은 자진 사퇴를 통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국민께 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사퇴 배경에 대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넓게 포용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보수계 인사의 추천을 거쳐 임명했지만, 국민주권정부의 국정 철학과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국민통합비서관은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에서 기존의 시민사회수석실을 경청통합수석실로 개편하면서 그 아래에 새로 만든 직책이다. “국민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취임선서에 따라, 처음부터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던 이질적인 이념·성향을 가진 인사를 임명하기로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합이란 건 이질적인 관계에서만 가능하다”며 “진영 바깥의 사람을 임명하기 때문에 ‘단결비서관’이 아닌 ‘통합비서관’으로 이름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여러 후보군을 놓고 고심한 끝에 세평 조회를 거쳐 동국대학교 정보통신학과 교수이던 강 비서관을 낙점했다. 강 비서관은 과거 더불어민주당을 “빨갱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보수 인사 섭외가 쉽지 않던 상황에서, 강 비서관이 이재명 정부의 국민 통합 구상에 동의하며 제안을 수락했다고 한다. 지난 11일 이 대통령과 만난 ‘보수 논객’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도 “성실한 사람”이라고 추천했다고 한다.
강 비서관은 지난 17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강 비서관은 20일 한 언론이 지난 3월 강 비서관이 펴낸 책『야만의 민주주의』내용을 소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책에서 강 비서관은 12·3 비상계엄을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며 “대통령의 권한인 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계엄=내란’이라는 프레임의 여론 선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선 “국민에게 상황의 답답함과 막막함을 알리는 방식으로 계엄을 선택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강 비서관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계엄으로 고통을 겪으신 국민께 깊은 상처를 드렸다”며 “지금이라도 철저한 성찰을 바탕으로 세대, 계층, 이념으로 쪼개진 국민을 보듬고 통합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과거 SNS에 일제 강제징용을 부정하거나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옹호하면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도’라고 거론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 대통령 지지층 반발에 이어 민주당 당권 주자인 정청래·박찬대 의원도 이날 새벽 일제히 사퇴를 촉구하자, 강 비서관은 논란 이틀 만에 스스로 거취를 정리했다.
대통령실은 후임 국민통합비서관에도 보수 인사를 기용할 예정이다. 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후임 비서관은 이재명 정부의 정치 철학을 이해하고 통합의 가치에 걸맞은 인물로 보수계 인사 중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 대표일 땐 단결을 강조했지만, 대통령은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며 “쉽진 않겠지만, 보수 인사를 국민통합비서관에 임명한다는 건 불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